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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묘한 기름값’에 반복되는 정유사들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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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규 기자

승인 : 2026. 03. 23. 18:26

최인규
"기름값이 묘하다."

지난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내 기름값을 두고 한 말이다.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있는데 국내 기름값은 오르고 있는 게 의아하다는 얘기다. 정부는 당시 정유사들의 가격 결정 방식을 들여다보며 '묘한 기름값'을 잡으려 했다. 결과는 빈손이었다. 시장 수급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는 구조에 별다른 요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대신 휘발유 가격 감독을 위해 알뜰주유소를 만들어 운용하기로 했다.

10여 년이 흘러 정부는 다시 정유사의 담합을 의심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정부가 도입한 알뜰주유소마저 가격을 과도하게 올려 논란이 됐지만, 엄중하게 보겠다고 했다. 업계에선 "정유사들이 애초에 이익을 취하기 힘든 구조"라는 공통된 반응이 나온다. 그러면서 "가격은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며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입을 모은다. 왜일까.

정유사들의 가격 담합 이슈는 정부 입장에서 사실 '단골' 소재에 가깝다. 물가가 올랐을 때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에너지·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모두 가격이 비슷하게 오르고 내리기에 담합 시비를 제기하기에 좋다. 밖에서 바라봤을 때 이들 4개 사가 국내 정유 시장을 거의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담합을 하기 알맞은 구조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유사들의 가격은 생각보다 투명하다. 보통 우리가 접하는 휘발유 가격은 정유사들이 거래하는 싱가포르 현물 가격에 국제 상황에 따른 가격 변동분, 세금(교통에너지환경세·교육세·주행세·부가세)을 합친 금액이다. 여기서 싱가포르 현물 가격이 우선적인 기준이기에 정유사들의 가격 추이는 대동소이할 수밖에 없다. 또한 세금은 최종가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보통 전체의 절반 안팎에 이른다. 정유사가 마진을 남길 수 있는 부분은 가격 변동분이 유일하다. 이런 세세한 내역은 한국석유공사가 운용 중인 오피넷에 공개되고 있다. 업계의 반응처럼 정유사들이 다 같이 마음을 먹고 폭리를 취할 여건 자체가 안 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 정유사들의 담합 의혹을 조사하고 의미 있는 성과를 얻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선 정유사들이 여느 때와는 다른 수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원유 수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데, 국내에선 담합 조사에 판매가격 최고제까지 시행하면서 '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충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유사들의 담합 의혹은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의 철저한 감독도 계속돼야 한다. 다만 단순히, 그럴듯한 정황만으로 조사를 하는 건 적절성 차원에서 의문이다. 지금의 시기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중동 전쟁의 장기화가 점쳐지는 지금은 다른 방식을 취하는 게 옳아 보인다. 정말로 정부가 서민들의 생활고를 고민한다면 휘발유 가격이 형성되는 구조를 제대로 인지하고 세금을 낮추거나 보조금을 지급하며 보전하는 방식이 적합하다. 그래야만 정부도, 정유사도, 시민들도 '윈윈'하는 결과를 볼 수 있다.
최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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