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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전쟁 한달] 빗장 걸린 호르무즈 해협…이란 전쟁 한달 ‘에너지 전쟁’ 으로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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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6. 03. 26. 15:17

유가 등 급등…글로벌 금융시장·경제·정치에 메가톤급 충격
물가 자극하며 '에너지'는 미 중간선거 향방에도 변수로 부상
전쟁 명분이었던 핵프로그램 제거·신정 체제 붕괴 이슈는 사그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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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6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 윌리엄스타운 교외의 한 주유소에 연료 가격이 표시돼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군사작전을 개시한 지 오는 28일로 한 달을 맞이하는 가운데, 전쟁의 성격이 군사 충돌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에너지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애초 내세웠던 이란의 핵 프로그램 제거와 신정 체제 붕괴라는 목표는 온데간데없이 사그라지는 모양새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망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으며, 국제 유가 상승 압력이 세계 경제와 각국 정치 일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유가 급등이라는 메가톤급 충격으로 대혼돈의 늪에 빠져들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안보 구조를 흔드는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세계 원유 해상 운송 물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적 긴장이 지속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해협 봉쇄 가능성만으로도 시장 불안이 확대하며 원유 가격 변동성이 크게 높아지는 모습이다.

미국 언론들도 이번 충돌이 에너지 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동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원유 공급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각국이 에너지 확보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통신 역시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국제 유가 상승 압력이 확대하고 에너지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사태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어진 에너지 시장 불안 요인을 다시 자극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는 이미 '전쟁 프리미엄'이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유뿐 아니라 LNG 운송 경로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확대하면서 유럽과 아시아 주요 수입국들은 물량 확보 경쟁에 돌입했다.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과 카타르산 LNG 계약 확대에 나서고 있으며, 중동산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한국과 일본 역시 장기 계약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이란의 공격으로 세계 주요 LNG 생산국인 카타르의 라스라판 시설 일부가 손상돼 생산 능력의 약 17%가 최대 5년간 영향받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원유보다 가스 시장에 더 장기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원유는 전략 비축분이 존재하지만, 천연가스는 이를 대체할 글로벌 비축 체계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 시장에서는 공급망 재편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LNG 수출 확대를 통해 에너지 영향력을 강화할 기회를 맞았으며 중동 산유국들은 생산량 조절을 통해 가격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국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를 통한 육상 에너지 공급망을 확대하고 있으며 인도 역시 할인된 원유 확보 전략을 통해 비용 부담 완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이번 충돌은 에너지 공급망이 외교와 안보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켰다는 평가다. 주요국 정부들은 전략비축유 방출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공급선 다변화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란 전쟁은 오는 11월 실시되는 미국의 중간선거 향방에도 큰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미국 내 물가 부담을 자극할 경우 선거 판세에도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어서다. 휘발유 가격은 미국 유권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제 지표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셰일 생산 확대와 전략비축유 활용 가능성을 포함해 다양한 대응 카드를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동시에 동맹국과의 에너지 협력을 통해 공급망 불안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도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중동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도 거론한다. 미국산 LNG 수출이 늘어나면 유럽의 에너지 안보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시장이 지정학적 경쟁의 핵심 영역으로 자리 잡으면서 외교 전략 역시 에너지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전쟁 장기화 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를 훌쩍 넘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는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을 다시 높이며 주요국 통화 정책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은 운송비와 생산비 증가로 이어져 실물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결국 미국과 이스라엘이 촉발한 이란 전쟁은 군사 충돌을 넘어 에너지 가격과 공급망, 외교 전략, 선거 정치가 맞물린 복합 위기로 확산하고 있다. 에너지 시장을 둘러싼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역시 상당 기간 지속할 전망이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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