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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이란 대사 추방 결정에도 출국 거부…정부 통제력 한계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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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6. 03. 31. 09:02

헤즈볼라 참전 이후 이스라엘 공습 확대…피란민 100만명 넘어
이란 영향력 여전…무장해제 요구 난항 속 내전 재발 우려
ISRAEL LEBANON CONFLICT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인근에 집결해 있다./EPA 연합뉴스
레바논 정부가 이란 대사를 추방하기로 했지만, 당사자가 출국을 거부하면서 레바논 정부의 통제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레바논 외무부는 지난주 모하마드 레자 셰이바니 이란 대사를 기피 인물로 지정하고 일요일까지 출국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조치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란을 지원하기 위해 전쟁에 개입하면서 이스라엘의 군사 대응을 촉발했다는 비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레바논 정부는 헤즈볼라 민병대 활동을 불법화하고 무기 반납을 요구하는 등 국가 통제력 강화를 시도했다. 공항과 국경 통제권을 강화하고 남부 지역 무기 시설 제거에도 나섰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무장 해제 요구를 거부했고, 이란은 대사관 운영을 유지하며 대사 역시 베이루트에 남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 관례상 레바논 정부가 대사관 부지에 강제로 진입하기 어렵다는 점도 대응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로켓과 드론 공격에 대응해 공습과 지상 작전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이 사망하고 100만 명 이상이 피란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바논 내에서는 헤즈볼라가 전쟁을 초래했다는 비판 여론도 확산하고 있다.

레바논 정부는 지난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지도부를 제거하며 조직이 약화한 틈을 이용해 영향력 축소를 시도했다. 미국 및 이스라엘과 협력해 남부 지역 무기 저장시설 제거를 추진하는 등 국가 권한 회복 움직임도 보였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에 나서자, 헤즈볼라는 다시 로켓 공격을 감행하며 전투 능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이란이 레바논 전선을 다시 가동한 것으로 평가한다.

레바논 정부는 군사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헤즈볼라를 강제로 무장 해제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경 대응에 나설 경우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이어졌던 내전과 같은 내부 충돌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레바논 정치권 역시 종파 기반 권력 구조로 나뉘어 있어 정부가 일관된 대응을 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아파 정치 세력이 정부 내 주요 직위를 차지하고 있어 헤즈볼라에 대한 강경 조치에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스라엘은 2024년 11월 휴전 이후에도 남부 레바논 일부 전략 거점에 병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헤즈볼라 재무장을 막기 위해 2000회 이상 공습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정부는 자국 시민 안전에 대한 위협이 해소될 때까지 남부 레바논 주둔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약 40년 동안 레바논에서 영향력을 유지해 온 만큼 헤즈볼라 영향력을 단기간에 약화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레바논 정부가 주권 강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국가 역량이 충분하지 않아 외부 세력 영향에서 벗어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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