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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30만 시대 中] 베트남 ‘한류 체험’, 중국 ‘가성비’… 한국행 이유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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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형 기자 | 김홍찬 기자 | 김태훈 기자

승인 : 2026. 04. 06. 17:38

가천대 등 대학가 풍경 변화 뚜렷
식자재점 등 유학생 위주로 달라져
졸업 후 전공 살린 진로 '최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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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경기 성남시 가천대 인근에 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 식자재를 파는 마트가 영업하고 있다. /김홍찬 기자
"한국 드라마를 보며 한국어를 따라 불렀어요. 좋아하던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싶어서 한국에 왔죠."

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학년 응웬티홍린씨는 한국 유학을 결심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릴 적 접한 드라마와 K팝이 한국행의 출발점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어를 본격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고, 결국 2023년 한국행을 택했다.

외국인 유학생 30만 시대를 앞둔 대학가에서 베트남과 중국 유학생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일 기준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25만3434명이다. 이 가운데 중국 유학생은 7만6541명, 베트남 유학생은 7만5144명으로 집계됐다.

한국을 택한 이유는 조금씩 달랐다. 베트남 유학생들 사이에선 한류와 한국 문화 체험 욕구가 먼저 작용했다면, 중국 유학생들 사이에선 한류에 더해 비용 부담, 생활 편의성, 진로까지 함께 고려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지난 1일 찾은 경기 성남시 가천대 글로벌캠퍼스에선 이런 변화가 더 또렷하게 드러났다. 지하철 가천대역부터 중국어와 베트남어가 섞여 들렸고, 글로벌센터 인근에선 베트남 유학생들이 벚꽃과 유채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가천대는 지난해 기준 동남아 유학생이 327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대학이다.

가천대 한국학전공 3학년 레응옥탄응안씨는 "베트남에 한국 회사가 많이 생기면서 한국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베트남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한국에서 언어를 배우고 문화와 역사를 직접 체험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류가 관심의 문을 열었다면, 취업과 진학은 그 다음 목표가 되고 있었다.

캠퍼스 밖 상권에도 변화가 엿보였다. 학교 정문에서 200m가량 떨어진 곳에는 베트남을 비롯해 미얀마, 태국, 중국, 우즈베키스탄 식품과 생필품을 파는 무인 식자재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베트남어가 적힌 매대가 눈에 띄었고, 베트남 유학생들이 찾는 당구장과 식당도 있었다. 다만 한국 문화를 직접 경험하려는 유학생이 많아지면서 베트남 음식점 수요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반응도 나왔다. 인근 식당 점주는 "체감상 베트남 학생들이 전체 매출의 20%는 차지한다"면서도 "기존 방식대로 장사해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 유학생들의 선택은 좀 더 실리적이었다. 지난해 기준 중국 유학생 7만6541명 가운데 4만1498명이 서울에 몰려 있다. 한국외대에서 공부 중인 가오즈하오씨는 한국 유학을 택한 배경으로 드라마와 예능을 통한 한국 대중문화 관심을 꼽으면서도 "한국은 가성비가 좋은 편"이라며 "집안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해외 대학을 다닐 수 있다는 판단이 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국인 유학생 치우자오위씨도 "미국이나 유럽보다 비용이 덜 들고 중국과 가깝다"며 "중국인 유학생들 사이에서 한국은 가성비 국가"라고 했다.

중국 유학생들에겐 생활 인프라도 중요한 고려 요소였다. 가오즈하오씨는 한국 유학의 장점으로 치안과 대중교통, 공공시설의 편리함을 들었다. 진쉐화씨는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한국의 정서와 생활 방식을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한국 유학은 한류에 대한 호감만이 아니라 생활의 안정감과 실용성, 향후 진로까지 함께 따져 내린 선택에 가까웠다.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앞 상권에선 중국 유학생이 오가는 대학가 분위기가 뚜렷했지만, 예상과는 다른 장면도 눈에 띄었다. 거리 곳곳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오갔지만 상당수 점포는 여전히 한국어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식당 20여곳을 둘러본 결과 외국인 손님을 겨냥한 별도 언어 서비스를 갖춘 곳은 많지 않았다. 상인들 사이에선 "번역기로 충분하다"거나 "유학생이니 한글을 읽을 수 있다"는 인식이 적지 않았다.

대학가 풍경은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유학생들의 시선은 점차 현실과 정착으로 향하고 있다. 레응옥탄응안씨는 졸업 후 구직비자로 바꿔 취업한 뒤 석사 과정에 진학할 계획이라고 했다. 중국 유학생들 역시 무역, 광고, 통번역 등 전공을 살린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다. 한류에 끌려 한국행을 택했더라도, 결국 이들을 붙잡는 건 학업 이후의 삶을 설계할 수 있느냐는 문제였다.
김남형 기자
김홍찬 기자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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