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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전자·하이닉스 역대급 성과급 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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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4. 14. 00:01

/연합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올해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증권사들 전망대로라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최대 300조원 정도로,이 경우 약 45조원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뜻이다. 사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오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을 단행한다는 강경 입장도 내놨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 57조원으로, 한국 기업으로서는 볼 수 없었던 기록을 달성해 주목을 받았던 국내 대표기업이 다시 노조의 역대급 성과급 요구로 고심하고 있다.

또 다른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도 임직원 성과급이 10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업계를 술렁거리게 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가 SK하이닉스의 향후 영업이익이 447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고, 영업이익의 10%인 성과급 재원 44조7000억원을 임직원수 3만4500명으로 나누면 1인당 평균 성과급이 12억9000만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두 회사가 엄청난 영업이익을 거두는 것은 글로벌 경쟁 시대에 매우 반길만한 일이다. 하지만 통념을 뛰어넘는 성과급 규모에 대해서는 우려가 앞선다. 노조의 요구처럼 기업이 큰 이익을 내고 이에 따라 기업 구성원에게 성과급을 주는 구조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금액이 과도해 사회적 지지를 받기 힘들 정도라면 노사 모두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한다.

두 기업이 좋은 성과를 내는 데는 분명 직원들의 기여가 많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직원들의 노력과 능력만으로 이를 달성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반도체는 전 세계적으로 공급 기업이 몇 안 될 정도로 제한된 초(超)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특히 메모리(D램, 낸드)는 소수 기업이 과점하고 있어 가격이 오르면 이익이 급증하는 구조다. '시장 사이클'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이번 두 기업의 역대급 성과도 인공지능(AI) 산업 확장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덕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한다.

고액 성과급 지급은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반도체 분야에 좋은 인력을 배급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미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이들 기업 입사가 '고시'로 불리고 있으며 대입 수험생 사이에서도 의대보다 두 기업 입사에 유리한 전공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가뜩이나 우리 산업의 반도체 의존이 심한 상황에서 두 기업의 엄청난 성과급이 고착화하면 또 다른 쏠림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

주주나 투자자들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400만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11조1000억원으로 이번 노조 요구액의 4분의 1 수준이며, 1년 연구개발(R&D)비도 37조7000억원에 그친다. 반도체 초격차를 위한 R&D나 시설 투자에 쓰여야 할 돈이 일회성 인건비로 나가는 것은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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