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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초고령 사회 안전핀, 요양보호사의 눈물 닦아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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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4. 14. 18:00

민소현 한국국한요양보호사중앙회 회장 2
민소현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회장
대한민국은 지금 전례 없는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이미 65세 이상 인구는 1000만명을 넘어섰고, 머지않아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인이 되는 시대가 현실이 됐다다됐. 그러나 이 거대한 인구 구조 변화 속에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있다. '누가 우리의 부모를 돌볼 것인가', 그리고 '그 돌봄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권리는 과연 보호되고 있는가'라는 문제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약 300만명의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자가 존재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인력은 60만~70만명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단순한 인력 부족 문제가 아니라 국가 돌봄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경고다.

요양보호사는 병들고 노쇠한 어르신의 일상생활을 지원하며 국가의 복지 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핵심 인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노동은 여전히 '희생'이라는 이름 아래 과소평가되고 있으며, 제도적 보호 역시 충분하지 못하다.

무엇보다 심각한 현실은 이른바 '노노(老老) 케어' 현상의 확산이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요양보호사의 평균 연령은 이미 60대를 넘어섰다. 70대 요양보호사가 90대 어르신을 돌보는 상황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육체적 부담이 큰 돌봄 노동의 특성상 이러한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낮은 임금, 불안정한 고용 형태, 열악한 처우는 청장년층의 신규 유입을 가로막고 있다.

보건복지부 역시 2030년경 약 11만명 이상의 요양보호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국가 돌봄 체계의 붕괴 가능성을 경고하는 구조적 위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기되는 것이 요양보호사 2급 자격제도의 부활이다. 현재의 단일 1급 체계는 진입 장벽이 높아 신규 인력 유입을 제한하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과거 존재했던 2급 제도를 단계형 자격체계로 복원한다면 돌봄 노동에 대한 진입 경로를 넓히고 인력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2급 요양보호사는 기본적인 일상생활 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일정 기간의 실무 경험과 교육을 거쳐 1급으로 승급하는 방식의 단계형 전문 인력 양성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인력 숫자를 늘리는 정책이 아니다. 현재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는 무자격 간병 인력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고, 국가가 관리하는 전문 돌봄 인력으로 전환하는 질적 개선 정책이 될 수 있다.

또한 노동 강도가 높은 돌봄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외국인 인력의 제도적 활용 역시 현실적인 정책 대안이다. 제조업이나 농업 분야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제도처럼, 외국인 돌봄 인력을 2급 요양보호사 교육 과정에 참여시키고 국내 요양보호사의 지도 아래 경력을 쌓아 1급으로 승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설계가 필요하다. 이는 인력 부족 문제를 완화함과 동시에 체계적인 교육과 관리가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다.

한편 돌봄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요양보호사 단체의 법적 지위 강화 역시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 현재 요양보호사 단체는 민법상의 사단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제도적 대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의사협회나 간호협회처럼 법정단체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단순한 조직 격상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가가 돌봄 인력의 교육, 보수교육, 자격 관리 체계를 보다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체계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미이며, 곧 돌봄에 대한 국가 책임을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정책적 선언이기도 하다. 300만 요양보호사가 하나의 목소리로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될 때, 현장의 경험과 전문성이 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다.

돌봄 노동은 단순한 서비스 산업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마지막 사회 안전망이다. 어르신의 마지막 삶의 질은 요양보호사의 노동 환경과 직결되어 있으며, 요양보호사의 권익이 보장될 때 비로소 안정적인 돌봄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결국 질문은 단순하다.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대한민국이 돌봄을 개인의 희생에 맡길 것인가, 아니면 국가의 책임으로 제도화할 것인가라는 선택이다.

요양보호사 2급 제도의 부활, 법정단체 승격, 실질적인 처우 개선은 선택이 아니라 돌봄 국가로 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지금 결단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우리는 돌봄의 공백 속에서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어르신의 존엄을 지키는 손이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이제 국회와 정부가 응답해야 할 시간이다.

※본란의 기고는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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