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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장애인 정책, 아직 충분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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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미 기자

승인 : 2026. 04. 16. 18:13

예산 7조원 역대 최대 규모 편성
시설 개편·인권 강화하지만…“시간 필요”
재정·인력 뒷받침은 여전히 과제
서울시 어울림플라자1
한 장애인이 동행크루의 도움을 받으며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최근 정부는 '제28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통해 올해 장애인 정책 예산을 전년 대비 9% 증액한 7조원 규모로 편성하고 복지·건강·교육 등 9개 분야의 시행계획을 확정했습니다. 또 장애인 거주시설의 학대 예방을 위해 인권지킴이단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공용공간 내 CCTV 설치 의무화를 검토하는 '인권 강화 종합대책'을 마련했습니다.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기와 교통수단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는 단계적 제도 개선안과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활성화 방안을 함께 논의했고, 시설 거주 장애인의 선택권을 존중해 희망자에게는 지역사회 자립을 지원, 시설에 남는 경우에는 소규모화와 전문화를 통해 사생활이 보호되는 환경을 조성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역대급 예산에도 한가지 아쉬운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탈시설 및 자립 지원에 대한 질의에 "충분한 예산과 시간이 수반된 내용이며 한꺼번에 추진할 수는 없다"는 말 때문입니다. 시설 거주자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50인 이상 대형 시설을 소규모화하고 전문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당사자의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발생할 것임을 시인한 것이죠.

실제로 시설 학대 전수조사 결과 33건의 의심 사례가 발견돼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대목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답변이 현장에 도착하지 못한 듯 보였습니다.

CCTV 설치 의무와 인권지킴이단 운영을 강화키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의문이 남습니다. 사후 대응 중심에서 사전 예방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려 하지만 실질적으로 운영할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이나 구체적인 수급 방안을 다루는 비중은 낮기 때문이죠.

이런 가운데 정부의 예산 증액 발표를 무색하게 하는 장애인들의 현실도 공개됐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표한 2024년도 장애연계통보에 따르면 장애인 가구의 식료품 지출 비중은 33.6%, 의료비 비중은 10.7%로 전체 가구(6.6%)보다 4.0%포인트(p) 높습니다. 장애 인구 빈곤율은 35.7%로, 전체 대비 2.4배에 달합니다. 장애인 가구의 연간 소득은 전체 가구 평균의 83.5%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고물가 상황에서 식료품비와 의료비 등 줄이기 어려운 '필수 생활비'의 비중이 훨씬 높은 구조입니다. 특히 장애로 인해 매월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평균 17만원에 달합니다.

7조원이라는 예산은 분명 역대급 규모입니다. 그러나 그 예산이 장애인 가구가 매달 감내해야 하는 17만원의 추가 비용과 시설 내 인권 사각지대를 얼마나 빠르게 메울 수 있을까요? 정부가 말하는 '권리의 주체'가 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는 양해보다 더 구체적인 실행의 속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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