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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슬램 눈앞이었는데’…신네르, 프랑스오픈 2회전 충격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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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빈 기자

승인 : 2026. 05. 29. 10:40

30연승·마스터스 6연속 우승 상승세 끊겼다
폭염 속 어지럼증·체력저하…세룬돌로에 역전패
톱시드 3회전 전 탈락, 애거시 이후 26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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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프랑스오픈 2회전에서 탈락한 세계 랭킹 1위의 얀니크 신네르. /AP·연합
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가 2026 프랑스오픈에서 충격적인 조기 탈락을 당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을 눈앞에 뒀던 강력한 우승 후보가 2회전에서 무너지며 대회 판도 역시 크게 흔들리게 됐다.

신네르는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2회전에서 후안 마누엘 세룬돌로(56위·아르헨티나)에게 2-3(6-3 6-2 5-7 1-6 1-6)으로 역전패했다.

출발은 완벽했다. 신네르는 1, 2세트를 연달아 따내며 손쉽게 3회전 진출을 예약하는 듯했다. 3세트 역시 5-1까지 앞서 사실상 승부를 끝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경기 흐름은 갑작스럽게 뒤집혔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 신네르는 경기 도중 어지럼증과 체력 저하를 호소했다. 메디컬 타임아웃까지 요청했지만 컨디션 회복에는 실패했고, 이후 급격히 움직임이 둔해졌다. 반면 세룬돌로는 긴 랠리와 강한 포핸드 공세로 분위기를 가져오며 내리 세 세트를 따냈다.

경기 후 신네르는 인터뷰에서 "코트 위에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어지럽기 시작했고 힘이 급격히 떨어졌다"며 "초반에는 샷 감각도 매우 좋았지만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오늘은 단순히 내 문제였다. 이런 일도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패배는 기록 측면에서도 충격적이다. 톱시드 선수가 프랑스오픈에서 3회전 이전에 탈락한 건 2000년 안드레 애거시 이후 무려 26년 만이다. 또 신네르의 공식전 30연승과 마스터스 시리즈 6개 대회 연속 우승 행진도 동시에 막을 내렸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는 신네르에게 절호의 기회였다. 호주오픈, 윔블던, US오픈 우승 경력이 있는 그는 프랑스오픈만 제패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할 수 있었다. 게다가 최대 라이벌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마저 오른쪽 손목 부상으로 불참하면서 우승 가능성은 더욱 높게 평가됐다.

하지만 지나치게 빡빡했던 일정과 누적 피로가 결국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네르는 최근 몇 달 동안 거의 모든 대회를 우승 경쟁 단계까지 치르며 강행군을 이어왔다. 특히 클레이코트 시즌 동안 긴 랠리와 많은 이동량을 반복하면서 체력 소모가 상당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프랑스오픈 특유의 클레이코트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하드코트에서는 압도적이었던 신네르의 공격 테니스가 장시간 랠리 중심의 클레이코트에선 상대적으로 체력 부담을 더 크게 받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기 중반 이후 신네르의 서브 위력과 포핸드 정확도는 눈에 띄게 떨어졌고, 발 움직임 역시 현저히 둔화됐다.

반면 세룬돌로는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클레이코트에 강점을 가진 그는 긴 랠리와 끈질긴 수비로 신네르를 지치게 만들었다. 세룬돌로는 경기 후 "신네르는 승리할 자격이 있었지만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며 "빨리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네르의 탈락으로 남자 단식 우승 경쟁은 한층 혼전 양상으로 접어들게 됐다. 특히 알카라스까지 빠진 상황에서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알렉산더 츠베레프(독일) 등 경험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열렸다.

다만 이번 패배가 신네르 시대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그는 여전히 세계랭킹 1위이자 가장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다. 오히려 이번 탈락은 메이저대회 장기 레이스를 위한 체력 관리와 일정 조절의 중요성을 확인한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 20대 중반에 불과한 만큼 향후 프랑스오픈 우승과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가능성 역시 충분하다.

한편 이날 17세 프랑스 신예 모이즈 쿠아메(318위)는 아돌포 다니엘 바예호(71위·파라과이)를 3-2로 꺾고 3회전에 진출했다. 그는 1988년 마이클 창 이후 38년 만에 프랑스오픈 3회전에 오른 최연소 선수가 됐다.

여자 단식에서는 세계 1위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와 디펜딩 챔피언 코코 고프(미국)가 나란히 3회전에 안착했다.
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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