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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지현이 경험한 ‘군체’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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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6. 05. 29. 10:49

'군체'로 연상호 감독 세계관 입성…구교환·지창욱 등과 호흡
"올해 데뷔 29년, 더 다양한 장르·세계서 새로운 모습 보여주고 싶어"
전지현
연상호 감독의 '군체'에 출연한 전지현/쇼박스
배우 전지현은 오랫동안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해왔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와 '도둑들' '암살'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흥행성과 스타성을 동시에 증명했고 최근 디즈니+ 시리즈 '북극성'까지 연이어 흥행시키며 여전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익숙한 이미지에 머무르기보다 작품마다 새로운 장르와 인물에 도전해왔다는 점 역시 전지현이라는 배우를 설명하는 중요한 특징이다.

전지현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군체'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부터 굉장히 강한 에너지가 느껴졌던 작품이었다"며 "연상호 감독님 특유의 상상력과 현실적인 감정이 함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군체'는 인간 군상과 사회적 불안을 결합한 장르물로 올해 제79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며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고 국내 개봉 후 8일만에 2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중이다. 이번 작품은 기존 좀비물과는 결이 다른 작품이다. 개별적으로 움직이던 좀비 대신 네트워크처럼 연결된 집단형 좀비를 내세웠고, 그 안에 현대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녹여냈다. 전지현 역시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그 설정이 흥미로웠다.

"예전 좀비들이 통제 불능의 상태였다면 '군체'의 좀비는 실시간으로 진화하고 군집으로 움직이잖아요. 그 부분이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동시에 현대인들이 스스로 생각하기보다 인공지능(AI)에게 판단을 넘겨가는 모습들을 비판하는 감독님의 메시지도 느껴졌고요."

그가 연기한 권세정은 영화의 중심을 잡는 인물이다. 극한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판단과 신념을 밀어붙인다. 전지현은 권세정을 특별한 영웅처럼 보이게 하기보다 관객이 함께 따라갈 수 있는 인물로 만들고 싶었고, 설명해야 하는 대사와 정보량이 많은 캐릭터였던 만큼 준비 과정 역시 치열했다.

"가장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인간은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생각해요. 권세정은 그런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었고요. 관객들이 권세정의 선택을 보면서 같이 고민하고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연 감독님과 많이 나눴어요. 제가 먼저 정확하게 이해해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상황과 세계관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연기하려고 했습니다."

전지현
연상호 감독의 '군체'에 출연한 전지현/쇼박스
전지현
연상호 감독의 '군체'에 출연한 전지현/쇼박스
좀비 장르는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킹덤: 아신전'을 통해 비슷한 세계관을 경험한 바 있다. 다만 '군체' 현장에서 만난 좀비 배우들의 움직임은 또 다른 신선함을 안겼다. 그는 "현대무용을 하는 분들과 움직임을 연기하시는 분들이 좀비 역할을 맡으셨는데 정말 경이로웠죠. 신체를 그렇게 활용하고 표현한다는 게 놀라웠고 현장에서 배우는 것도 많았습니다."

이번 작품은 전지현에게도 오랜만의 영화 복귀작이었다. 그는 관객들을 직접 만나는 무대 인사를 돌며 관객들과 직접 만나는 시간이 새삼 특별하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영화를 찍었는데 관객분들과 이렇게 직접 만나는 일이 거의 없었거든요. 극장 앞에서 관객들 얼굴 보면서 메시지 카드 읽는 것도 재미있고, 배우들이 관객들과 소통하는 문화 자체가 되게 좋더라고요."

칸 국제영화제 경험도 남다르게 남았다. '군체'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됐고, 전지현 역시 레드카펫을 밟았다. 그는 "이번에는 정말 한국 영화로 초청받아 간 느낌이 강했다"며 "그동안은 해외 브랜드나 다른 일정으로 갔던 경험이었는데 이번에는 오롯이 저희 영화를 위한 자리였다. 레드카펫도 훨씬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고 영화인들의 축제 한가운데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전지현은 연 감독에 대한 신뢰도 드러냈다. 작품 속 강렬한 분위기와 달리 실제 현장은 유쾌하고 안정적이었다. 그러면서 "연 감독의 페르소나로서 차기작에 집중하고 싶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감독님 작품 색깔 때문에 굉장히 예민하실 줄 알았는데 너무 밝으시고 재미있으세요. 정시 출근, 퇴근이 다 지켜지는 최고의 작업 환경이었어요. 감독님 세계관이 워낙 뚜렷하다 보니 배우들은 그 안에서 연기에만 집중하면 되는 느낌이 있었죠."

무엇보다 그는 '군체'가 단순한 좀비 영화로 소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에너지와 시대적인 감각을 가진 장르 영화로 봐주길 바란다는 이야기다. "영화라는 건 결국 새로운 경험을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군체'는 기존 좀비물 공식을 깨고 그 안에 지금 시대를 관통하는 감각을 담은 작품 같아요. 어려운 분석보다 극장에서 그 에너지를 직접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올해로 데뷔 29주년을 맞은 전지현은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톱배우'의 자리를 지키며 쉼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의도적으로 많이 하려 한 건 아니었어요(웃음). 좋은 작품들과 인연이 닿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아요. 특히 영화는 관객이 시간을 내고 돈을 내서 보는 만큼 책임감이 커요. 제가 하고 싶은 것보다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고, 배우로서 더 다양한 장르와 세계 안에서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전지현
연상호 감독의 '군체'에 출연한 전지현/쇼박스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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