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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기약 없는 ‘석유 최고가격제’, 정산은 깜깜이…속 타는 정유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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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승인 : 2026. 05. 2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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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의 종료 조건을 제시했지만 손실보전 기준이 명확히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21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연합
김영진
김영진 산업1부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의 종료 조건이 처음으로 구체화됐습니다. 다만 정유업계가 가장 궁금해하는 손실보전 기준은 여전히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는데요. 제도 종료 시점의 윤곽은 잡히기 시작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얼마를, 어떤 기준으로 보전받는지 계산이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석유 최고가격제 종료 조건으로 미국·이란 전쟁 종료와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국제유가 배럴당 90달러 안착을 제시했습니다. 정부가 그동안 "시장 안정 시 최대한 빠르게 종료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인 기준선을 내놓은 셈입니다.

업계에서는 일단 정책의 방향성이 처음 제시됐다는 점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입니다. 최고가격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정부가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한 만큼 시장의 불확실성을 일부 덜어냈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동시에 당장 종료보다는 일정 기간 유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전쟁 종료와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모두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변수이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손실보전 방식입니다. 현행 최고가격제는 정부가 휘발유·경유·등유 상한가격을 정하면 정유사와 주유소가 이를 넘지 않는 가격에 판매하고, 이후 발생한 손실을 사후 정산하는 구조입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4조2000억원 규모 예비비를 편성했지만 구체적인 산정 방식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업계 입장에선 보상 규모 자체보다 기준이 더 중요합니다. 국제유가가 급등한 시점에 도입한 원유를 정제해 상한가격에 맞춰 판매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데, 정부가 이를 어떤 가격 기준으로 계산할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입니다. 단순 원가만 인정할지, 정제 마진 일부까지 반영할지, 주유소 유통 마진도 포함할지 등 모두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예비비 4조2000억원의 충분성을 둘러싼 우려도 나옵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가 최대 6개월간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목적 예비비를 편성했지만 시행 3개월 만에 실제 손실 규모가 예산 수준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특히 업계 추산으로는 정유 4사의 손실 규모가 주간 기준 약 5000억원 안팎, 누적 기준으로는 이미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제유가가 다시 출렁이거나 제도 운영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정부의 재정 부담 역시 빠르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정부의 시장 안정 의도 자체를 부정하긴 어렵습니다. 중동 리스크가 국내 물가 전반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에서 긴급 대응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정책일수록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예측 가능성과 신뢰가 중요합니다. 이제 필요한 건 손실보전의 구체적인 기준입니다. 정유업계가 떠안은 부담을 어떤 방식으로 정산할지 명확히 제시할 때 비로소 최고가격제도 시장의 신뢰 속에서 마무리될 수 있습니다.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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