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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성과급 제도화가 남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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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승인 : 2026. 05. 31. 17:31

삼성전자 노조 투쟁 결의대회<YONHAP NO-6173>
지난달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가 결의대회를 벌인 모습./연합
삼성전자 노사가 어렵게 임금·단체협약을 타결했지만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영업이익 기반 성과급을 제도화하면서 기업 전반으로 성과급 분쟁이 확산되는 흐름이다.

노사가 오랜 갈등 끝에 접점을 찾았다는 점은 의미가 있지만, 제도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갈등까지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사업부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고, 일부 주주단체는 영업이익 연동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법적 대응까지 예고하고 있다. 노조 내부에서도 반도체와 DX 부문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후폭풍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주요 기업 노조들도 다음 임금단체협상을 앞두고 성과급과 이익 배분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영업이익 연계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고, 카카오 노조는 파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일찍이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제도화한 SK하이닉스도 복지 확대 등을 놓고 임단협이 예상된다. 여름부터 시작되는 임단협, 이른바 '하투'의 무게중심이 기본급에서 성과급으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보상을 둘러싼 논의가 치열해진 배경에는 AI 산업을 중심으로 한 인재 확보 경쟁이 있다. 기업들은 핵심 인재를 붙잡기 위해 더 많은 보상을 제시해야 하고, 직원들은 자신이 창출한 성과가 얼마나 보상으로 돌아오는지 이전보다 민감하게 따진다. 성과급은 더 이상 연말 보너스가 아니라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핵심 경영 수단이 됐다.

문제는 영업이익이 성과의 전부가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수조 원의 이익을 낸 사업부와 적자 사업부가 같은 보상을 받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영업이익 하나만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부작용도 작지 않다.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호황으로 거둔 수백조 원의 영업이익이 과연 메모리 사업부만의 성과인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적자 국면에서도 투자를 가능하게 한 타 부문의 기여, 장기적 기반을 다져온 인프라 설계 조직의 역할까지 보상 기준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고용 유연성이 제한적인 환경에서 운영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성과가 부진한 사업부라도 인력을 쉽게 재배치하거나 축소하기 어렵고, 구성원 역시 한 회사 안에서 장기간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구조에서 특정 시점의 영업이익만을 잣대로 삼으면,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하는 조직의 사기는 꺾이고 장기적인 협업 기반도 흔들릴 수 있다. 반도체 업계만 보더라도 메모리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면서도 인재를 붙잡고 투자를 이어온 것은, 단기 실적만으로 조직을 평가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결국 영업이익은 성과를 측정하는 가장 명확한 지표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미래 사업을 준비하는 조직, 당장 숫자로 측정하기 어려운 부문, 호황과 불황을 넘나들며 기반을 지탱해온 인력의 기여는 영업이익 연동 방식만으로는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 성과급 제도화가 남긴 진짜 숙제는 얼마를 나눌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성과로 볼 것인가에 있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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