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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히드라 효과와 전기요금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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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6. 0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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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박병일 기획취재부장
헤라클레스의 12과업 중 두 번째는 목을 잘라내면 그 자리에 새로운 목이 두 개씩 자라나는 괴물 히드라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이 신화에서 유래한 '히드라 효과(Hydra Effect)'는 특정 문제를 표면적인 규제로만 해결하려 할 때 오히려 통제하기 힘든 부작용들이 발생하는 현상을 뜻한다.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전기요금 정상화 문제는 이 히드라 효과를 가장 확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히드라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틀 안에서 전기요금 문제를 임시방편으로 관리해 왔다. 문제의 근본 원인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정치적 부담 때문에 애써 모르는 척해 온 결과는 한국전력공사의 200조가 넘는 천문학적 부채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전기요금 이슈는 표심과 직결되는 민생 문제이기에 정부로서는 애써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다. 자칫 서민들의 역린을 건드려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정치적 논리가 우선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근본 처방 대신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고이는 '하석상대(下石上臺)' 식 미봉책만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부처 성과 발표에서 지적한 비싼 산업용 전기요금 문제도 그 결과물이다. 지난해 산업용 전기요금 평균 판매 단가는 킬로와트시(㎾h)당 182원에 육박해 전년 대비 8.2% 상승했고 기업들의 원가 부담은 심각하게 가중됐다. 실제로 산업용 전기요금의 판매 단가가 급등하면서 기업들의 원가 부담은 임계점에 달한 상황이다.

산업용 전기요금 급등의 근본 원인 역시 정치적 논리와 무관하지 않다. 연료비 급등에 따른 적자를 상쇄해야 하는 한전 입장에서는, 정치권의 압박 속에서 가정용 요금을 동결하는 대신 저항이 비교적 적은 산업용 요금에 손을 대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정용 요금 인상이라는 폭탄을 피하기 위해 산업계로 부담을 전가한 셈이다.

올해 3월 기준 한전의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적용 전기 구매단가는 전년 동기 대비 9% 이상 올랐지만, 판매단가는 0.6% 상승에 그쳤다. 이러한 손실 구조의 고착화는 어느 순간 전력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결국 국민의 혈세로 무너지는 기둥을 메우는 구조는 미래 세대에게 예상치 못한 청구서로 다가올 뿐이다.

가정용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한 한전의 수익 구조 안정화는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대전환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만성 적자는 송배전망 확충 등 미래지향적 전력 인프라 투자를 위축시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새로운 에너지 믹스를 제시하고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이 역시 비용 부담을 발전 자회사로 전가하는 또 다른 히드라의 머리가 될 우려가 크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전력 생태계를 고려하면 땜질식 처방은 올바른 답이 될 수 없다. 유명무실해진 '원가 연동제'를 현실화하는 등 요금 체계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과 산업계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전력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골디락스 존'을 찾아내야 한다. 그것이 시스템의 근본 체력을 키우고 미래 세대에게 부채 폭탄을 넘기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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