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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엽의 법과 경제] 삼성전자 노사 협상 타결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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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6. 0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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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대한민국 첨단 제조업의 상징인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에 갈등을 극적으로 해소했다. 반도체(DS) 부문에 상한선 없는 '특별 경영 성과급' 제도를 신설하는 등 노동조합의 요구가 상당 부분 수용된 이번 합의를 두고, 일각에서는 파국을 면한 다행스러운 결과라 평가한다. 그러나 이번 합의가 성사된 가장 큰 이유는 파업 리스크에 대한 부담 때문에 사측이 상당한 양보를 선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파업은 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권리다. 문제는 파업권을 어느 정도까지, 어떤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가이다. 미국은 경제적 이익을 위한 파업과 부당노동행위에 저항하는 파업을 구별해 보호의 정도를 달리한다. 경제파업의 경우 사용자의 대체근로가 일정 범위에서 허용될 수 있는 반면, 부당노동행위 파업은 보다 강하게 보호된다. 일본은 한국처럼 일반적인 대체근로 금지 규정을 두지는 않지만, 직업소개 기관이나 파견 사업자가 노동쟁의 중인 사업장에 새 인력을 공급해 파업을 우회적으로 무력화하는 것은 제한한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 노조법 제43조는 쟁의행위 기간 중 사용자가 중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하거나 대체하는 것을 제한한다. 또한 그 업무를 도급 또는 하도급 주는 것도 금지한다. 필수공익사업에는 일정한 예외가 있지만, 일반 사업장에서는 사용자가 외부 대체인력을 투입해 조업을 계속할 수 있는 범위는 상당히 좁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파업이 노사 협상에서 강력한 압박 수단으로 작동한다.

경제학적으로 노사 협상력 문제는 로널드 코즈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코즈는 거래비용이 없다면 권리가 처음 누구에게 배분되었는지와 관계없이 당사자들이 협상을 통해 효율적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거래비용이 존재한다. 법률비용, 정보 비대칭, 전략적 지연, 집단행동 문제, 법적 불확실성, 제3자 피해 등의 요인이 협상을 어렵게 만든다. 이 때문에 현실에서는 법이 권리를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실제 경제적 결과를 좌우한다.

파업 규제도 바로 이런 권리 배분의 문제다. 파업 중 외부 대체인력 투입을 제한하면 노동자의 파업권은 실효적으로 보호된다. 사용자가 언제든 외부 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면 파업권은 명목상 권리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사용자의 조업 계속 자유는 줄어든다. 작년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고 있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노란봉투법으로 사용자 범위가 넓어지고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제한되면서 노조의 교섭 공간은 확대되었다.

그렇다면 이런 권리 배분 기조가 현재 우리 사회의 효율에 부합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는 급격한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 주력 수출 산업의 경쟁력 정체, 만성적인 내수 침체가 겹치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업 계속 가능성을 과도하게 봉쇄하면 기업의 투자, 협력업체, 소비자, 공급망 안정성에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 특히 첨단 제조업에서는 이미 투입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고객 관계를 단기간에 회수하기 어렵다. 조업 중단 위험은 단순한 임금교섭 수단을 넘어 기업의 미래 투자와 산업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협상 무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제 대체근로 규제의 재설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쟁의 목적, 산업의 파급효과, 조업 계속 필요성, 대체 가능성, 비(非)파업 노동자의 근로권, 협력업체 피해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여 차등 규율할 수 있다. 현행법도 필수공익사업에 대해서는 이미 일정한 예외를 두고 있다. 역시 첨단 공급망 산업에 대해서도 세밀한 논의가 가능하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는 파국을 피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 합의가 제도적 문제까지 해결한 것은 아니다. 노란봉투법 이후 노사 간 잠재적 대립은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파업권은 실효적으로 보호하되, 그 힘이 시장가치와 생산성을 압도해 미래 투자와 공급망 안정성을 흔드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부터 필요한 것은 파업권과 조업 자유 간 정교한 균형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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