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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전세계 채웠지만 한국엔 설 무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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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6. 06.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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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만석 아레나 넘어 국가급 공연돔 필요성 커져
대형 공연장은 문화시설 넘어 고부가 관광 인프라
트와이스
트와이스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 공연 이미지/JYP
K-팝은 전 세계 공연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콘텐츠가 됐고, 해외 주요 도시에서는 대형 돔과 스타디움이 K-팝 팬들로 가득 찬다. 그러나 정작 K-팝의 본산인 한국에는 이 수요를 안정적으로 받아낼 음악 전용 대형 공연장이 부족하다. 산업의 위상은 세계로 뻗어갔지만 국내 공연 인프라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대형 가수들은 해외에서 대규모 투어를 소화하면서도 한국에서는 축구장과 실내 공연장을 오가고 있다. KSPO돔은 국내 대중음악 공연의 대표 무대로 꼽히지만 수용 규모는 약 1만5000석 수준이다. 고척스카이돔과 서울월드컵경기장,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 등도 대형 공연에 활용되고 있지만 모두 공연 전용 시설은 아니다.

공연 전용 시설이 아니다 보니 한계도 뚜렷하다. 음향과 무대 설치, 관객 동선, 안전 통제, 교통망 등 공연에 필요한 조건을 매번 새로 맞춰야 한다. 대형 공연이 열릴 때마다 잔디 훼손과 소음, 대관 경쟁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대규모 공연장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현실과 맞닿아 있다. 현재 추진 중인 2만~3만석 규모 공연장에 대해 "규모가 작다"며 국가 상징 공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공연 업계에서는 2만~3만석 규모의 음악 전문 아레나와 5만석 안팎의 국가급 공연돔을 구분해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레나는 중대형 투어와 내한 공연, 지역 공연 시장을 떠받치는 기반 시설에 가깝다. 반면 도쿄돔처럼 대규모 관객을 수용하는 공연돔은 글로벌 팬덤이 집결하는 대형 이벤트를 겨냥한 상위 인프라로 볼 수 있다.

BTS
지난 4월 일본 도쿄돔에서 월드투어 '아리랑' 공연을 개최한 방탄소년단/빅히트 뮤직
일본은 도쿄돔, 교세라돔, 사이타마 슈퍼아레나 등 공연 규모와 성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시설이 비교적 다양하다. 반면 한국은 대형 공연 수요가 빠르게 늘었음에도 이를 나눠 받을 공연장 층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 단순히 큰 공연장 하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공연 규모별로 시장을 받쳐줄 구조가 약한 셈이다.

K-팝 가수들의 해외 동원력은 이미 수치로 증명됐다. 방탄소년단(BTS)은 2019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2회 공연으로 11만명 이상, 202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 4회 공연으로 21만명 이상을 모았다. 트와이스와 세븐틴은 일본 닛산스타디움에서 각각 이틀간 약 14만명을 동원했고, 스트레이키즈는 도쿄돔과 교세라돔 6회 공연으로 31만5000명을 끌어모았다. 국내에서도 아이유와 임영웅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틀간 10만명 안팎의 관객을 모으며 대형 공연 수요를 입증했다.

문제는 이 수요를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받아낼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형 공연이 스포츠 시설 대관에 의존할수록 경기 일정과의 충돌, 시설 관리, 음향 한계, 무대 설치 부담이 커진다. 회차가 늘어날수록 장비 대여비와 인건비도 증가하고, 다른 공연 일정까지 밀리면서 시장 전체의 회전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한국에서 공연을 열면 국내외 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아티스트들도 더 큰 에너지를 받는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수만 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야외 공연장은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조심할 수밖에 없고 공연 시간과 소음 문제에도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공연장 부족은 도시 경제의 기회 손실로도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대형 콘서트 관객은 티켓뿐 아니라 숙박, 교통, 식음, 쇼핑, 관광 소비를 함께 만든다. 국내에서 이 수요를 충분히 받지 못하면 관련 소비는 일본과 동남아, 북미와 유럽의 공연 도시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오늘날 K-팝 공연은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라 해외 팬들이 직접 이동하는 목적형 관광 콘텐츠에 가깝다"며 "전용 공연장이 구축된다면 공연 티켓 판매를 넘어 항공, 숙박, 교통, 쇼핑, 외식 등 연관 산업 전반에 소비가 확산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팝 공연장은 문화시설을 넘어 고부가가치 관광 인프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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