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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선언 전국 18개 大 “투표지 부족, 국가에 의한 기본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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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은 기자 | 김홍찬 기자

승인 : 2026. 06. 10.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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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연세대·고려대·부산대·전북대 등 18개 대학 동참
“진상 조사·책임자 처벌…피해 구제대책 마련해야”
“재발방지대책 수립·선관위 구조개혁·독립적 감시기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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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이 진행되고 있다. /이하은 기자
6·3 지방선거에서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비판이 대학가로도 확산하고 있다. 전국 18개 대학교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실수가 아닌 국가에 의한 기본권 침해라며 시국선언에 나섰다.

서울대학교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들의 각 캠퍼스에서는 10일 투표지 부족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민주주의 훼손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이 진행됐다. 지난 3일 지방선거에서 투표지 부족 사태가 불거지고 시민들이 거리로 참정권 침해를 외친 지 일주일 만이다.

이번 시국선언에는 건국대·경희대·고려대·부산대·서강대·서울과기대·서울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숙명여대·숭실대·연세대·전남대·전북대·충북대·한국외대·한양대·홍익대 등 18개 대학들이 참여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사태에 대해 국정조사와 특검 등을 통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엄중 처벌, 주권 침해에 대한 실효적 구제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대학생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닌 국가에 의한 기본권 침해임을 분명히 하며 정부와 국회가 실효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선관위 구조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청년과 대학생을 포함한 시민 전체가 참여하는 독립적 개혁 감시기구를 구성하고 개혁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대는 이날 이날 오후 6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캠퍼스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에서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한인 참정권이 침해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 시국선언엔 2026 서울대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의장을 맡은 이의빈 공과대학 학생회장을 비롯한 18개 단과대 학생대표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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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서 진행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탄 시국선언에서 이의빈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하은 기자
이 의장은 "1987년 1월 우리 대학의 선배이신 박종철 열사의 희생은 민주화를 향한 거대한 물결의 불씨가 됐다. 같은 해 6월 수많은 서울대의 선배들과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참정권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며 "그로부터 4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오늘, 우리는 이곳 아크로폴리스에 다시 모였다.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한 사태가 발생했고, 그 결과 일부 유권자들은 자신에게 보장된 참정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이어 "참정권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며, 한 사람에게 보장된 한 표의 가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시민의 참정권이 보장되지 못한 채 그 가치가 훼손되는 일은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의 목소리가 책임 있는 조치와 재발 방지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서진 공과대 부학생회장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자가 과연 누구로부터 정당성과 지지를 얻을 수 있겠나"라며 "공학에서 작은 오차와 사소한 결함은 때로는 시스템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선거 역시 마찬가지로, 국민의 권리를 다루는 선거 관리에서 기본적인 준비와 점검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를 단순한 착오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노정아 음대 회장은 "선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선관위의 안일한 대응은 단순한 행정상 착오를 넘어 주권 재민이라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독선"이라며 "선거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주권자인 국민의 표는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거나 배제돼서는 안 된다. 단 한 명의 유권자라도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참정권을 침해당했다면 그 순간 우리 국민 전체의 참정권도 함께 침해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시국선언을 지켜본 학생들도 선관위의 부적절한 대응을 비판하고 대학 차원의 문제 제기를 환영하며 힘을 보탰다.

서울대 사회과학대 소속 학생 정모씨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대학도 중요한 사회적 대화의 참여 주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사건에서 대학이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국선언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또 다른 서울대생 A씨도 "선관위의 잘못이 어디까지인지 단정하지는 않겠지만,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그냥 어영부영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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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탄 시국선언이 열리고 있다. /김홍찬 기자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학생회관 앞에서 진행된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시국선언에서도 '국가에 의한
참정권 침해'를 규탄했다.

황인서 연세대 총학생회 비대위원장은 "우리는 국가가 지키지 못한 국민의 권리와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장면을 더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자 모였다. 참정권은 국가가 베푸는 호의나 행정 서비스가 아닌, 헌법이 보장한 민주공화국의 출발점"이라며 "이는 헌법이 약속한 권리를 부정당한 사태"라고 비판했다. 황 비대위원장은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진상을 조사하고,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라. 선관위 구조개혁도 단행해야 한다"며 "정치권은 이 사안을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말고, 객관적 진상 규명과 제도 개선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관위에 대한 개혁을 넘어 보편적 투표권 보장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연세대 작곡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이건희씨(20)는 "일단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제한돼 납득하기 어려운 사태"라며 "재선거에 대해서는 아직 말이 많지만, 국민들이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개혁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철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백종찬씨(21)는 "일단은 선관위가 책임을 지는 것은 분명하고, 한걸음 나아가 장애인이나 노동으로 투표하지 못하는 근로자들에 대한 투표권 역시 보장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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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학생회관 인근 기표소에서 한 학생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의견을 적고 있다. /김홍찬 기자
연세대 학생회관 한켠에는 일반 학생들이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부스가 마련됐다. 투표 용지 형태의 종이를 들고 학생 투표에서 사용하던 기표소에 들어가 익명으로 의견을 적고 투표함에 넣는 형식이다. 기표소를 방문한 한 공과대학 재학생(27)은 "국민 주권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참정권이 침해 당한 사안이라 모두가 분노하고 슬퍼한다고 적었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 민주광장에서도 고려대 총학생회 임시중앙집행위원회가 주도하는 시국선언이 열렸다.

이지민 중앙비상대책위원장은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가 50%만 준비된 상황과 이후 불거진 선거인명부 누락 상황 등을 거론하며 "선관위의 민주주의는 국민의 절반만을 위한 것인가. 행정적 편의로 이러한 내부 지침을 내렸다면 선관위의 공직 기강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선관위의 자체 조사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나날이 말이 바뀌어 가는 상황에서 우리의 알 권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조직 개편을 비롯한 선관위의 전면적 쇄신, 더 나아가 납득 가능한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진리의 전당인 대학에서 우리는 훼손당한 정의를 되찾기 위해 모였다. 민주주의가 보장해야 마땅한, 그러나 보장하지 못한 자유를 되찾아야 한다"며 "자유, 정의, 진리의 이름 아래 민주시민의 역할을 다해야 하는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하은 기자
김홍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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