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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시장 눈돌린 패션가… 휴머노이드 의류·시니어돌봄에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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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경 기자

승인 : 2026. 06. 1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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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테크기업 도약
한세실업, 모터 열 낮추는 냉감의류
형지엘리트, 시니어 보조 시장 공략
본업 탈피 새 수익·성장 먹거리 확보
성장 정체에 직면한 패션업계가 새로운 먹거리로 로봇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의류 소비 둔화와 글로벌 저가 플랫폼 공세로 기존 사업의 성장성이 떨어지자 휴머노이드(인간형) 전용 의류와 웨어러블 로봇 등 AI·로보틱스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단순히 옷을 만드는 기업을 넘어 로봇 생태계의 핵심 공급자로 자리 잡겠다는 전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패션기업들은 로보틱스 시장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관련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휴머노이드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로봇 전용 의류와 웨어러블 로봇 시장이 새롭게 열리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세실업이다. 한세실업은 최근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국내 최초로 휴머노이드 시대를 상상한 미래 의류 전시 '웨어 더 퓨처(Wear the Future)'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로봇이 장시간 구동할 때 발생하는 배터리와 모터의 열을 낮추는 냉감 소재, 넓은 관절 가동 범위를 구현하는 고신축 패턴, 산업 현장을 견디는 고내구성 원단 등 휴머노이드에 최적화된 기능성 의류를 공개했다.

한세실업은 오랜 기간 축적한 3D 가상 샘플링 기술과 AI 디자인 역량을 활용해 인간뿐 아니라 로봇이 입을 의류 시장까지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휴머노이드가 산업 현장과 일상으로 확산될 경우 로봇 전용 의류 역시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해외에서는 이미 로봇과 패션의 융합이 본격화되고 있다. 오픈AI가 투자한 노르웨이 로봇 기업 1X 테크놀로지스는 가정용 휴머노이드 '네오(Neo)'에 전용 니트 의류를 적용했다. 차가운 금속 이미지를 완화하고 구동 소음을 줄이기 위한 설계가 반영됐다. 중국의 애지봇(AgiBot)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과 협업한 휴머노이드를 글로벌 패션 행사인 '멧 갈라'에 선보였고, 미국 피규어 AI는 산업별 맞춤형 보호복을 로봇 판매와 연계하는 사업 모델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이 직접 착용하는 웨어러블 로봇도 패션업계가 주목하는 신사업 분야다. 형지엘리트는 최근 로봇 전담 자회사 '형지로보틱스'를 출범시키고 웨어러블 로봇 원천기술 보유사인 헥사휴먼케어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전국 2000여 개에 달하는 유통망을 판매 및 사후관리(AS) 거점으로 활용해 초고령화 시대의 시니어 활동 보조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패션기업들이 이처럼 로봇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명확하다. 성장 정체에 빠진 전통 의류 산업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고부가가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수만원대 의류를 판매하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수백만원대 웨어러블 장비와 산업용 로봇 장비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경우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시장 규모 역시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네스터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지난해 31억 달러(약 4조원)에서 2035년 815억 달러(약 11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팩트엠알은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이 2024년 24억 달러(약 3조3000억원)에서 2033년 136억 달러(약 19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는 로봇 대중화가 진행될수록 패션기업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드웨어 성능만으로는 로봇을 인간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없기 때문이다. 로봇 전용 의류와 웨어러블 장비를 구현하는 소재 기술과 패턴 설계 역량은 오랜 기간 인체를 연구해 온 패션기업들의 강점으로 꼽힌다.

기업가치 재평가도 기대 요소다. 단순 의류 제조·유통업체가 아닌 로보틱스 밸류체인과 AI 설계 기술을 갖춘 '라이프스타일 테크 기업'으로 변신할 경우 자본시장에서의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옷의 개념이 단순한 보호 수단에서 신체 능력을 보완하고 확장하는 장비로 진화하고 있다"며 "AI와 로보틱스 시대가 본격화될수록 패션기업의 역할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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