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직군 PB 성과금 산정에 반영
거래대금 4배 뛰며 비WM 직군과 충돌
반도체 성과 갈등 삼성전자 논란과 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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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리계좌란 전담 PB가 배정되지 않은 채 고객이 직접 거래·관리하는 계좌를 말한다. 고객이 별도로 PB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고 단순 거래만 하더라도 해당 계좌는 지점 계좌로 분류된다. PB가 해당 고객 계좌에 영업하거나 관리하지 않더라도 발생한 수수료 수익은 PB가 가져가는 구조다. 최근 증시 활황에 거래대금 규모가 커지면서 해당 수익이 불어나자 이를 두고 WM과 비WM 직원들간 논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선 '제2의 삼성전자 사태' 판박이란 지적이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는 반도체(DS)직원과 비반도체 직원간 성과급을 두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초호황기를 누리는 반도체 부문 직원들이 '특별성과급'을 신설해 다른 부문과의 성과금 격차를 크게 벌리면서다. 비반도체 직원들은 그간 벌어들인 이익 재원을 반도체 부문에 투자한 만큼 성과를 모두 나눠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반도체 부문 직원들이 다른 부문과는 성과를 공유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삼성전자의 노사 간 갈등에 이어 각 부문 노조 간 갈등까지 번진 바 있다.
증권사 WM 직원들도 비슷한 논리다. WM의 성과를 비WM 직원들과 나누지 않겠다는 것이다. 비DS 직원이 '반도체 성과는 전사적 결과물'이라고 주장한 것처럼, 비WM 직원은 비관리계좌 수익 역시 회사 전체의 성과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장 호황이 만든 풍성한 성과급이 증권사에서도 보상 불균형을 드러내는 촉매제가 된 셈이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비관리계좌 성과를 놓고 내부 불만이 제기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KB·메리츠증권 5개사로 파악된다. 비관리계좌란 전담 PB가 없는 계좌로, 고객이 별도의 PB 배정 없이 단순 거래만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계좌들은 1차적으로는 지점 계좌로 분류되는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이 해당 지점 PB들의 실적에 합산돼 성과급 근거로 활용된다는 데 있다.
올해 미래에셋증권은 2199조원(315.2%), 한국투자증권 2334조원(363.0%), 삼성증권 1486조원(336.3%), KB증권 1238조원(360.0%), 메리츠증권 558조원(472.6%)으로, 전년 동기 대비 세 배에서 다섯 배에 육박하는 증가세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접 관여하지 않는 계좌 수익으로 PB 한 사람당 매달 많게는 수천만원의 성과급이 생기는 것이다.
갈등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수익의 원천이다. WM 직군은 비관리계좌에서 발생하는 수익도 리테일 영업의 성과라고 주장한다. PB들이 쌓아온 신뢰와 영업 역량이 비관리계좌 고객들의 잔고 유지와 거래 활성화에 간접적으로 기여한다는 논리다. 반면 비WM 직군의 경우 비관리계좌는 회사 전체의 결과물이라고 맞선다. 리서치·IT·경영지원 등 여러 부서가 공동으로 뒷받침하는 계좌인데 특정 직군만 수익을 가져가는 것은 기여도를 왜곡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두 번째 쟁점은 보상의 형평성이다. WM 직군에서는 실적 악화 등 위험 부담에 따른 정당한 대가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비WM 직군은 격차 심화가 조직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반박한다. 마지막 쟁점은 사내 합의의 원칙이다. WM 직군은 기존 성과 체계 변경이 합의 파기라고 주장한다. 비WM 직군은 거래 환경 변화에 따른 체계 조정이 필요하다고 맞선다. 비관리계좌가 미미한 수준이었을 때 만든 규정을 거래대금이 폭증한 지금까지 유지하는 건 당초 규정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세 가지 쟁점 어느 하나도 단순하지 않아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가운데 메리츠증권은 갈등이 가장 두드러지는 사례로 거론된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리테일 확장을 위해 타사 스타 PB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한 결과, 거래대금이 5개사 중 가장 높은 증가율(472.6%)을 기록했다. 그러나 신규 PB들에 대한 파격적인 처우가 WM 직군과 타 직군 간 보수 격차를 더욱 심하게 벌려 내부 불만이 커졌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업계 상식선의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 등 다른 대형 증권사들은 이번 갈등과 거리가 멀다. NH투자증권은 PB에게 지급되는 성과급 총액 자체가 다른 대형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책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WM과 비WM 간 격차가 눈에 띄게 벌어지지 않는 구조다. 업계 최대 거래대금 점유율을 자랑하는 키움증권은 온라인 모델을 고수하며 오프라인 지점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비관리계좌가 존재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