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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종전 합의] 트럼프, 이란에 ‘석유 판매·453조원 재건 기금’ 카드…핵합의 끌어낼 우회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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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6. 1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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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MOU 서명 즉시 원유·연료 제재 면제…유가 급락
미국 세금 없는 3000억달러 다국적 민간 이란 재건기금 추진…이란 4000억달러 배상 요구 대안
이란 농축우라늄·동결자산, 60일 협상으로
FRANCE G7 SUMMIT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중동부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갈라 만찬 전 음악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제52차 G7 정상회의는 15일부터 17일까지 열린다./EPA·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합의하면서 이란에 즉각적인 석유 판매 허용과 3000억달러(453조3000억원) 규모 민간 투자기금 접근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로이터통신·블룸버그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합의는 전쟁을 멈추고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기 위한 임시 틀이지만, 핵 프로그램·제재 완화·동결자산은 60일 협상으로 넘어갔고, 레바논 전선은 MOU 이행의 핵심 변수로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핵무기를 갖지 못한다"고 강조했지만, 세부 문안과 이행 기준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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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가운데)과 마지드 타흐트에라반치 외무차관(오른쪽)이 16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외국 대사 및 외교 대표들을 대상으로 미국과의 종전 양해각서(MOU) 합의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이란 외무부 제공·AFP·연합
◇ 미국, 이란 원유·연료 판매부터 허용…초기 금융 유인책 제공

미국은 오는 19일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에서 MOU가 정식 서명되면 이란산 원유와 연료 판매를 즉시 허용할 예정이다. WSJ는 이 제재 면제가 은행 결제·선박 운송·보험 서비스까지 포함한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도 미국 재무부가 이란산 원유·석유화학 제품과 파생상품 수출 제재를 서명 직후 면제한다고 보도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측이 이 조치를 이미 선박에 실린 이란산 석유에 적용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이란의 전면적 석유 판매 재개 허용과는 차이가 있다. WSJ는 디오나(Diona)호와 히어로Ⅱ(HeroⅡ)호가 미국 봉쇄선을 통과했다고 전했다. 이란 원유가 4월 봉쇄 이후 처음으로 미군 제지 없이 움직이기 시작한 셈이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파르진 나디미 선임연구원은 미국 백악관이 이란의 양보를 끌어내려면 이런 '유인책(sweeteners)'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역내 군사자산을 유지하는 한 이란 수출 봉쇄를 다시 부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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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시민들이 16일(현지시간) 테헤란의 테헤란 북가든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이란과 뉴질랜드의 경기를 시청하고 있다./AFP·연합
◇ 3000억달러 이란 재건 다국적 민간 기금...미국 세금 배제한 트럼프식 우회로

3000억달러 민간기금은 이란의 전후 복구를 돕는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세금 투입 논란을 피하기 위한 장치다. 로이터는 이 기금이 재건·개발 기금(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Fund)으로 명명될 예정이며 통상적 배상이나 원조가 아니라 민간 투자수단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 자금이나 보조금은 들어가지 않는다.

미국·걸프 아랍국·아시아·남미·아프리카 등 5개 권역 기업들이 1500억달러(226조6500억원) 이상을 약정했다. 한국·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미국 기업들이 약정 기업으로 거론됐다. 투자 분야는 에너지·물류·제조·운송이다. 이란은 당초 전쟁 피해 배상금으로 4000억달러(604조4000억원)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이를 거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이란에 어떤 돈도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J.D. 밴스 부통령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이 미국 납세자 돈을 '한 푼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CBS방송에는 이란이 합의 의무를 지키는 한 걸프 지역이 뒷받침하는 3000억달러 기금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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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들이 15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에 떠 있다./로이터·연합
◇ 이란 혜택, 이행 실적과 연동…이란 제재 완화 기준, 불명확

이번 합의의 핵심은 이란이 먼저 경제 혜택을 일부 얻되, 지속적 혜택은 이행 실적에 묶인다는 점이다. WSJ는 미국 고위관리가 이란의 초기 석유 판매 제재 완화에도 지속적 완화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핵 프로그램 등 미국 요구에 대한 이란의 이행에 달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제재 완화 기준이 구체적 지표보다 주관적으로 설계됐다고 전했다. 미국 고위관리는 "제재 완화는 특정 행동에 구체적으로 묶인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적절하게 행동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우리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핵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는 60일 협상에서 이행 기준을 둘러싼 논란 소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란 동결자산도 민감한 쟁점이다. WSJ는 이란이 미국 제재로 접근하지 못하는 자산을 약 1000억달러(151조1000억원)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초기 120억달러(18조1320억원), 60일 협상 기간 중 240억달러(36조2640억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MOU 초안이 동결자산 해제 시한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란 핵시설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막사테크놀로지가 미군의 공습 다음날인 2025년 6월 22일(현지시간) 이란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을 찍은 위성 사진./로이터·연합
◇ 유가 급락, 호르무즈 정상화 기대 반영…공급 회복은 시간 필요

종전 MOU는 국제유가를 즉각 끌어내렸다. 로이터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5.1% 내린 배럴당 78.96달러(11만9309원),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8% 하락한 76.05달러(11만4912원)에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3월 2일 이후, WTI는 3월 4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FT는 아부다비 머반유가 한때 배럴당 72.74달러(10만9910원)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는 전쟁 전보다 49센트(740원) 높은 수준이다. 머반유는 4월 배럴당 160.50달러(24만2516원)까지 급등한 바 있다. 일본 금융그룹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의 김수진 애널리스트는 걸프 수출의 점진적 회복 기대가 전쟁 기간 쌓인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을 낮췄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해운 정상화는 즉각 이뤄지기 어렵다. 미쓰이OSK라인의 다무라 조타로 최고경영자(CEO)는 많은 선주가 합의의 실질성을 확인할 때까지 해협 통과 재개에 몇 주가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위스계 글로벌 투자은행 UBS의 애널리스트들은 기뢰 우려 때문에 시장이 해운사와 보험사가 해협 통과에 충분한 신뢰를 갖는지 더 분명한 증거를 찾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핵협상, 뒤로 밀려…농축우라늄 9000㎏ 처리 쟁점

핵 문제는 이번 MOU에서 결론나지 않았다. 블룸버그가 확인한 초안에는 이란이 핵무기를 생산하지 않기로 하고, 농축우라늄 처리 문제는 최종 합의에서 다루기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초안은 이란이 보유한 농축우라늄을 희석·반출·폐기할지, 그 방식과 시한을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않았다.

FT는 이란이 9000㎏ 이상의 농축우라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440㎏은 무기급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전했다. FT는 이란의 최소한 이행 약속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 아래 현장에서 모든 우라늄을 희석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이란이 우라늄 희석 또는 반출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실제 동의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쟁 명분으로 제시했던 두 쟁점, 즉 이란의 역내 무장세력 지원 중단과 미사일 프로그램 제한은 향후 60일 협상 의제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 나은 합의'를 입증해야 하는 정치적 부담을 키우는 대목이다.

LEBANON ISRAEL CONFLICT
자신의 마을로 돌아온 한 이슬람 성직자가 15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마아루브 마을에서 책을 들고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위를 지나고 있다./EPA·연합
◇ 이스라엘 패싱·레바논 철군, 종전 MOU의 최대 복병

이스라엘은 합의 과정에서 소외됐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CNN방송은 이스라엘이 미국에 MOU 열람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사전 유출 우려가 이유 중 하나였다고 CNN은 전했다. 반면 AP통신은 이스라엘 관리들이 미국 협상단에 MOU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어느 쪽이든 네타냐후 총리가 합의 내용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했다는 인식은 이스라엘 내부 정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레바논 전선은 더 직접적인 변수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테헤란에서 외국 대사들과 만나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과 점령 지속은 MOU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이번 전쟁에서 점령한 영토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전쟁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거부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필요한 한 레바논에 남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레바논·헤즈볼라 대응에 불만을 드러내며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너무 오래 싸우고 있고, 너무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고 말했다고 AP가 전했다.

◇ 19일 MOU 서명, 출발점…60일 협상이 본게임

MOU는 최종 합의가 아니라 60일 협상의 출발점이다. 마지드 타흐트에라반치 이란 외무차관은 MOU 서명 직후 최종 합의 협상이 시작된다고 밝혔다고 이란 관영 IRNA통신이 전했다. 향후 쟁점은 이란 핵 프로그램과 농축우라늄 처리, 제재 완화, 동결자산 해제, 호르무즈 해협 운영 방식, 레바논 전선 조율이다.

유럽도 움직이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영국과 프랑스가 호르무즈 해협을 보호할 해군 전력 투입을 준비해 왔다고 보도했다. 다만 유럽은 휴전이 작동한다는 확신이 선 뒤에야 해협에 함정을 보낼 방침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통행료 없는 해상 교통 회복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을 의회에 보내겠다고 했지만, 공화당 내 강경파와 이란 매파는 첫날 제재 완화에 반발하고 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란에 석유 판매 면제가 주어지면 "이란이 이긴다"며 첫날 제재 완화는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마크 두보위츠 CEO는 "트럼프 행정부가 아직 공개하지도 않은 합의를 두고 지지자와 비판자 모두를 결집시키는 데 성공했다"며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그리 유망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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