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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재중 “연기에 집중하는 순간 짜릿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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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6. 06. 1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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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악귀의 속삭임'으로 14년 만 스크린 복귀
박수무당 명진 役으로 첫 오컬트 호러 도전
구마키리 가즈요시 감독과 한일 합작 호흡
김재중
김재중/라이브러리컴퍼니
배우 김재중이 '자칼이 온다' 이후 14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그가 택한 작품은 익숙한 멜로나 액션이 아니다. 일본 고베의 폐신사, 힌두교 악귀, 한국 무속 신앙이 뒤섞인 샤머니즘 오컬트 호러다.

17일 개봉한 영화 '신사: 악귀의 속삭임'은 일본 고베 산속 폐신사에 답사를 갔던 대학생들이 실종되고 알 수 없는 악몽에 시달리던 박수무당 명진이 대학 후배 유미의 전화를 받고 고베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구마키리 가즈요시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김재중을 비롯해 공성하, 고윤준 등이 출연했다.

김재중은 신기(神氣)를 타고난 박수무당 명진을 연기했다. 명진은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도 않는다. 대신 눈빛과 호흡, 잠깐의 침묵으로 인물의 불안과 분노를 끌고 간다.

그는 최근 삼청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연기를 할 때의 즐거움은 굉장히 크다"면서 "쓰여진 것을 연기로 승화시켜 표현해 나가는 작업이지 않나.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무언가에 집중하고 고민하는 순간들이 이것만큼 쾌감을 주는 것도 있나 싶다"고 전했다.

김재중에게 이번 작품은 오랜만의 한국 영화 작업이었다. 연기의 매력을 몰라서 오래 비워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가볍게 선택할 수 없었기에 더 시간이 걸렸다. "배우라는 직업이 너무 오랜만이기도 했고 심지어 영화였어요. 많은 분들이 큰돈과 시간을 들여 만드는 작품에 '잠깐 시간이 났으니까 한번 해볼까' 정도의 마음으로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럼에도 '신사: 악귀의 속삭임'을 선택한 이유는 장르의 낯섦이었다. 호러 오컬트는 그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이었다. 여기에 일본 장르 영화계에서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온 구마키리 감독과의 협업도 호기심을 키웠다. "호러 오컬트 장르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새로운 면을 보여줄 수 있고 또 연기를 해볼 수 있는 장르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컸죠. 구마키리 감독이 텍스트로 봤던 이야기를 어떤 영상으로 만들어주실지도 궁금했고요."

명진은 대본 수정 과정을 거치며 결이 크게 달라진 인물이다. 처음에는 그 나이대 청년처럼 감정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캐릭터에 가까웠지만, 최종적으로는 많은 것을 안으로 품은 미스터리한 인물이 됐다. "처음 대본에서는 전혀 그런 캐릭터가 아니었어요. 배고프면 배고프다고 하고, 즐거우면 즐겁다고 할 수 있는 인물이었죠. 그런데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굉장히 다크하고 무겁고, 큰 짐을 가진 친구가 됐어요. 말수도 줄고 대사도 많이 줄었습니다."

명진의 서사는 영화 안에서 모두 친절하게 설명되지는 않는다. 김재중은 이 작품을 두고 "해석판이 꼭 필요한 영화"라고 했다. "관객이 보기에는 명진이 고베에서 처음 악귀와 맞닥뜨린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이미 예전부터 굉장히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인물이에요. 명진의 할머니는 무당이었고 명진도 그 피를 이어받아 신기가 있는 친구죠. 그런데 좋아하는 사람을 가장 친한 친구에게 빼앗겼다는 분노와 억울함이 쌓이면서 그 안으로 락크샤샤가 들어온 거예요."

신사
'신사: 악귀의 속삭임'/김재중
엔딩 직전 명진이 내뱉는 "먹자"라는 대사는 원래 대본에 없었다. 김재중이 현장에서 더한 말이었고 감독도 이를 받아들였다. "락크샤샤는 가장 나쁜 마음, 악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숙주를 찾아다니는 존재예요. 명진에게 들어왔지만 그게 최종은 아니라는 힌트를 주고 싶었어요. '또 누굴 먹을까, 어떤 악한 마음을 가진 인간을 찾을까' 하는 뜻에서 '먹자'가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죠."

박수무당이라는 설정 역시 익숙한 방식으로만 접근할 수 없었다. 한국 관객에게 무속은 비교적 구체적인 이미지가 있지만 구마키리 감독이 바라본 무당은 더 판타지적인 존재에 가까웠다. "우리는 무당이라고 하면 눈에 익숙한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데 감독님은 일본 분이기 때문에 보는 관점이 달랐어요. 무당의 실력으로 다른 문화권의 악귀를 물리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판타지잖아요. 그래서 '무당은 어디까지 할 수 있나'라는 고정된 기준보다는 진짜 뭐든 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기본값을 두고 가야 했죠."

고베 올로케이션은 영화의 분위기를 만드는 큰 힘이었다. 김재중은 현장에 처음 들어섰을 때부터 공간이 주는 기운을 강하게 느꼈다고 했다. "현장에 직접 찾아갔을 때 압도되는 분위기와 기운이 있었어요. '그냥 공포영화를 찍으라고 대놓고 이런 데를 데리고 왔구나' 싶은 느낌이었죠. 대본에는 깊고 어두운 터널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실제로는 태어나서 본 적 없는 터널이었어요."

실제 폐터널 촬영은 배우들에게도 쉽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다. 모래먼지가 날리는 공간에서 긴 시간 머물며 리허설과 촬영을 이어가야 했다. 하지만 그 환경은 오히려 배우들의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터널까지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 자체가 큰일이었어요. 리허설 때문에 다시 돌아오는 길도 쉽지 않으니까 다들 그냥 현장에 붙어 있었죠. 혼자 연기하는 신을 찍을 때 다른 배우들이 옆에서 보고 있으면 부담이 될 수도 있는데 그 장소였기 때문에 모두가 집중력 있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는 현재 가수, 배우, 예능인, 소속사 대표까지 여러 영역을 오가며 바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하나의 분야에 머무르기보다 계속 새로운 자극을 찾아가는 쪽이 자신에게 맞는 방식이라고 했다. "어느 한 분야의 정점에 오르는 건 정말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어느 한 카테고리에만 속하지 않는다고 봐요. 하고 싶은 건 너무 많고 잘하고도 싶어요. 하고 싶은 걸 안 하면 너무 후회할 것 같고요."

그가 계속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는 이유도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자극에 있다. "안주하면 노력을 안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일부러 낯선 것을 저한테 주려고 해요. 연기도 같은 맥락이에요.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그래서 더 하고 싶어지는 거죠. 예능을 통해 저를 잘 모르셨던 분들이 알아봐주시고 '잘 보고 있다'고 말씀해주실 때도 재미있고 성취감이 있어요."

김재중
김재중/라이브러리컴퍼니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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