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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 및 사의 표명을 한 뒤 기자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 |
헌법기관장의 도덕적 해이는 단순한 예산 낭비 차원에서 머물러 있지 않다. 공직 기강의 붕괴를 알리는 심각한 전조 현상이다. 기강이 무너진 조직의 경우 늘 그래왔을 가능성, 바로 아래 사람과 그 아래 사람도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선관위 내부의 비위는 수뇌부에 국한되지 않는다. 하루가 멀다하고 드러나는 낯 뜨거운 비리 형태는 하나하나 꼽기조차 벅차다. 고위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이른바 '아빠 찬스' 의혹이 불거져 수사를 받는 마당임에도 직원들은 몰디브, 코타키나발루, 이탈리아 피렌체 등 유명 휴양지로 외유성 관광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 고위 간부의 배우자는 수억원대의 주식 거래를 신고하지 않아 규정을 위반했다. 선거철만 되면 격무를 피한다며 휴직을 신청하는 '도피성 휴직'이 만연해 있다.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이뤄진 부적절한 수의계약 정황까지 드러났다. 이는 선관위의 내부 통제와 자정 기능이 완전히 마비됐음을 객관적으로 증명한다.
선관위 측은 선관위원장의 배우자 동반 최고급 출장에 대해"헌법기관장의 지위와 역할에 상응하는 예우를 고려해 예산을 편성해 운영했던 것"이라고 말하지만 궁색하기 짝이 없다. 국민이 배우자 출장비까지 보태라고 위임한 적이 없고, 예우만 받고 법과 규정은 무시하는 행태까지 용인할 국민도 없다.
선관위가 견제받지 않는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존속하는 것이 타당한지 논의해야 한다. 1~2년에 단 몇 일 실시되는 선거 관리 때문에 수십명의 해외주재원을 유지하는 비효율적 구조도 더 이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선관위의 총체적 부실과 부패, 무능이 확인됐다. 모두가 엄정한 수사 대상이다. 선관위는 철저하게 선거 관리 실무 중심의 행정 조직으로 전면 재편돼야 한다. 독립성이라는 방패 뒤에 숨지 못하도록 엄격한 외부 감사를 의무화해 통제 시스템을 복원해야 한다. 특히 현직 대법관이나 법관이 각급 선관위원장을 자동으로 겸임함에 따라 실질적 관리 감독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관행적 제도는 즉각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적어도 선관위 사무국은 감사원 등의 감사 대상으로 서둘러 편입시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