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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의 안보정론] 출발부터 삐걱대는 美·이란 종전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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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6. 2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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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많은 사람들은 미·이란이 6월 14일 합의하고 17~18일 양국 정상의 전자 서명으로 공식화된 양해각서가 중동 전쟁을 영구히 멈춰 세울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렇게 쉬울 것 같지가 않다. 이 양해각서는 종전협정이나 평화조약이 아니라 60일 동안의 휴전을 통해 종전 협상을 벌이기로 한 합의에 불과한데, 이 합의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19일 스위스 뷔르겐스토크(Burgenstock)에서 거행하기로 했던 각서 교환식은 전격 취소되었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공격하자 이란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군사 작전 종료'에 합의한 제1항에 대한 위반이라며 각서 교환식을 무산시킨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14개 항의 양해각서에 대해 미국 내에서 "항복 문서나 다름없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오던 중이었고, 이란 쪽에서도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하는 강경파와 협상파 사이에 갈등이 표출되던 중이었다. 이렇듯 이란 전쟁의 최종 결말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종전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최종 합의를 가로막을 불씨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우선, 미국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60일간 호르무즈 해협의 무료 통행은 허용하되 이후 이란·오만의 관리권 및 서비스료 부과권을 인정한 제5항, 이란 재건을 위한 3000억 달러 규모의 재원 제공에 합의한 제6항, 양해각서 서명 시점부터 이란의 석유 및 파생상품 수출 재개를 허락한 제10항 등에 대해 '일방적인 퍼주기'라는 비난이 많다.

특히 "이란은 핵무기를 획득하거나 개발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하였다"라고 하면서도 농축 활동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 아래의 저농축화(downblending)를 향후 협상의 어젠다로 지정한 제8항, 최종 합의까지 핵 프로그램들의 현 상태 유지에 합의해 준 제9항 등이 큰 반발을 초래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제한하는 내용과 이란의 대리세력 지원을 중단시키는 내용이 아예 각서에서 빠진 것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사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이 거둔 '전술적·작전적' 성공은 적지 않다. 미국은 이란의 핵역량과 군사력의 상당 부분 제거하면서 군사 패권국의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이란 신정체제의 붕괴 및 정권 교체, 핵보유 능력과 의지의 완전 소멸, 대리세력 지원 단절, 이란의 중동 질서 지배 야욕 분쇄와 이스라엘 및 온건 이슬람국 중심의 질서 정착, 중국의 대중동 영향력 차단 등의 '전략적 목표들'은 대부분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자 언론은 "그러려면 전쟁은 왜 한거냐"고 묻고 있고,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최악의 외교적 실패(the worst foreign policy blunder)'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란의 핵야욕을 제거하지 못한 채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안겨주었다"는 푸념도 나왔다. 빌 캐시디(Bill Cassidy) 상원의원은 '레이건 전 대통령이 무덤에서 뒤척거릴 일(rolling over in his grave)'이라고까지 했다. 걸프국들을 포함한 동맹국들은 대미 의존 안보전략을 신뢰하지 못하고 동요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워싱턴의 뼈아픈 외교적 손실이자 종전 이후 국제질서에서 미국의 위상을 약화시키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란이 승자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 신정 독재정권이 살아남았다고는 하나 이란은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를 보아야 했고, 고물가와 고환율 그리고 새로이 생겨난 수백만 명의 실업자로 경제는 파탄 상태다. 파괴된 인프라와 군사력을 복구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 가운데, 이슬람 혁명의 전위부대인 대리세력들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피해를 입으면서 수십 년간 구축해 온 '시아파 저항의 축'도 상당히 와해되었다.

이런 상태에서 향후 평화협상의 앞길은 극히 불투명하다. 순조롭게 진행될지도 확신하기 어렵고, 진행되더라도 성공을 단언하기는 어렵다. 도처에 불씨들이 매복하고 있는 '지뢰밭 길'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 전략비축유(SPR)의 고갈에 따른 불안감, 석유 수급 차질로 인한 세계 경제불황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합리적 우려와 신속한 민생경제 복구를 통해 정권을 안정시켜야 하는 이란의 절실함은 성공적인 종전협상을 촉구하는 변수가 되겠지만, 반대로 협상을 저해하는 요인들도 많다.

양해각서에 대한 양국의 해석 차이, 핵문제 해결 방법과 목표에 대한 동상이몽(同床異夢),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사실상의 통행료 징수를 기정사실화시키고 지역 맹주의 위상을 정착시키고 싶어 하는 이란의 야망, 차제에 주변 위협을 확실히 무력화시키고 싶은 이스라엘의 전쟁 지속 의지 등은 일순간 협상을 파탄낼 수 있는 변수들이다. 현 중동사태는 한국에게도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기에, 이들 변수의 움직임을 면밀히 분석하고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준비하는 것은 한국의 과제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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