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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산업 CFO 열전] 투자처 고민 늘어난 ‘조선맏형’… “DX·생산자동화 적극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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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슬 기자

승인 : 2026. 06. 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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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한국조선해양 이상혁
슈퍼사이클에 수주잔고·실적 ↑
현금 6조 쌓고 교환사채 2조 조달
친환경 선박·AX 등 투자처 확대
수익성 관리·자본 배분 향후 과제
조선업 슈퍼사이클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다시 '투자의 시간'을 맞고 있다. 호황으로 쌓은 현금을 미래 먹거리에 투입해야 하는 동시에 불황기에 남은 재무 부담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선업의 성패가 기술과 수주 경쟁력뿐 아니라 재무 전략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아시아투데이는 '조선사 CFO 열전'을 통해 국내 조선 빅3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짊어진 과제와 투자 전략, 미래 성장 해법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국내 조선업계는 201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장기 불황 속에서 재무 건전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다. 그러나 최근 조선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수주잔고와 실적이 빠르게 늘면서 고민의 성격도 달라졌다. 이제는 쌓인 현금을 어떻게 활용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 '맏형'인 HD한국조선해양 역시 같은 고민에 직면해 있다. 수년치 일감을 확보한 가운데 보유 현금은 6조원을 넘어섰고, 최근에는 2조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에도 성공했다. 미국 조선 협력 사업부터 방산, 친환경 선박, 인공지능 전환(AX)까지 투자처가 늘어나면서 재무 전략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의 재무 전략을 총괄하는 인물은 이상혁 재무지원실장(CFO)이다. 1996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이 실장은 회계와 세무 분야를 두루 거친 재무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해 8월 송명준 HD현대오일뱅크 사장으로부터 재무지원실장직을 넘겨받으며 그룹 조선 부문의 재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됐다.

전임자인 송 사장이 그룹 차원의 재무·기획 전략에 강점을 가진 인물이었다면, 이 실장은 조선업 특유의 원가와 회계 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한 '현장형 재무통'에 가깝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인사 배경이 최근 조선업 경영 환경 변화와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조선업은 선박 건조 기간이 수년에 걸쳐 진행되는 데다 후판 가격과 인건비, 기자재 가격 변동이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같은 규모의 수주를 확보하더라도 원가 관리 역량에 따라 실적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는 구조다.

최근 조선업계가 수주 경쟁을 넘어 수익성 경쟁 국면에 진입하면서 원가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전문성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HD한국조선해양 재무지원실은 이상혁 실장을 중심으로 이종윤 재정부문장(전무)과 고병조 원가·회계부문장(상무)이 함께 이끌고 있다. 세 사람 모두 현대중공업 재무 조직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은 인물들이다.

이 실장이 전체 재무 전략과 투자 방향을 총괄한다면, 이 전무는 자금 조달과 금융 전략을 담당한다. 고 상무는 원가 경쟁력과 수익성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 전무는 1999년 입사 이후 줄곧 재정·자금 분야를 담당해 온 전문가로, 최근 대규모 EB 발행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향후 투자 재원 운용 과정에서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 상무는 현대중공업과 HD한국조선해양에서 세무와 경영 업무를 수행해 온 재무 전문가다. 지난해까지 이상혁 실장이 겸직했던 원가·회계 업무를 맡으면서 이 실장은 보다 거시적인 투자 전략과 재무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됐다.

HD한국조선해양의 재무 여력은 최근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조4687억원으로 지난해 말(3조7420억원)보다 70% 이상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144% 수준이다. 조선업 특유의 선수금 구조와 경쟁사 평균 부채비율이 200%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4월 약 2조3723억원 규모의 교환사채 발행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회사는 확보한 자금을 친환경 사업 확대와 해외 야드 생산설비 확충, 소형모듈원전(SMR), 해상풍력 등 차세대 에너지 사업,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문제는 투자 기회가 동시에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확보한 자금을 어디에 우선 배분할 것인지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친환경 선박과 AX 투자가 최우선 과제다. 중국 조선소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추격하는 상황에서 암모니아·수소 추진선 등 차세대 친환경 선박 시장 주도권을 유지해야 하는 동시에 생산 효율성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조선사들이 스마트 조선소 구축과 디지털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어 생산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 투자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방산 분야도 주요 투자 대상으로 거론된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미국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과 해외 특수선 수출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해상풍력 시장 확대, 데이터센터 증가에 따른 발전용 엔진 수요 확대,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사업 등 새로운 성장 기회가 잇따르고 있다. 결국 제한된 자원을 어떤 분야에 먼저 투입할지 결정하는 것이 HD한국조선해양 CFO 조직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HD현대 관계자는 "HD한국조선해양은 계열사의 조선·해양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내외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특히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과 생산 자동화 기술 적용 확대에 적극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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