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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현장의 위험은 익숙함 속에 숨어 있다. 미끄러운 바닥, 정리되지 않은 농기구, 보호장비 없이 반복되는 작업, 좁은 농로를 오가는 농기계, 폭염 속 장시간 노동까지. 사소해 보이지만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농업인 안전은 단순한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농업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안전한 작업환경은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안정적인 농산물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이기도 하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1년 동안 농업인 안전을 핵심 과제로 삼고, 현장 중심의 예방 체계로 전환하는 데 힘써 왔다.
2025년 9월 '농업인 안전 및 농작업 재해예방 대책'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 농작업 사망사고를 20% 줄이겠다는 목표 아래 농업 현장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같은 해 12월에는 농업인 안전재해 예방 업무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농업인안전과'도 신설했다.
가장 큰 변화는 안전관리 방식이다. 교육과 홍보 중심에서 벗어나 농가를 직접 찾아가 위험 요인을 진단하고 개선하는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2025년에는 안전·보건과 농업 분야 전문성을 갖춘 농작업안전관리자를 현장에 배치해 2천여 농가를 대상으로 위험성 평가와 안전관리 컨설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참여 농가의 유해위험요인 79% 이상이 개선됐고, 재해율도 일반 농가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현장의 위험을 사전에 찾아내고 바꾸는 일이 실제 재해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올해는 이러한 현장 중심 안전관리 체계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농작업안전관리자는 전국 44개 시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안전관리 대상 농가도 5천 호로 늘어났다.
한 번의 점검에 그치지 않고 반복적인 상담과 개선을 통해 농업인이 스스로 위험을 인식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고령 농업인과 소규모 농가도 안전관리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현장 접근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폭염 대응도 현장 밀착형으로 강화되고 있다. 농업 분야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2024년 12명에서 2025년 7명으로 41.7% 감소했다.
그러나 사망자 대부분이 고령층이라는 점에서 더 촘촘한 예방이 필요하다. 이에 올해 처음으로 지역 선도 농업인 1천여 명을 온열질환 예방 요원으로 양성했다. 이들은 6월부터 8월까지 전국 10만 농가를 찾아 폭염 위험 노출을 점검하고, 안전수칙 안내, 고령·취약 농업인 안부 확인, 예방용품 보급 등을 추진한다.
농기계 안전 역시 놓칠 수 없는 과제다. 농기계 전도·전복 사고를 감지해 구조를 요청하는 사고감지 시스템을 보급하고, 소방청 119와 연계를 강화해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농업인 안전 정책의 방향은 분명하다. 사고가 난 뒤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나기 전에 막는 것이다. 농작업안전관리자가 위험을 점검하고, 예방요원이 폭염 속 농업인을 살피며, 안전장치가 응급상황을 알리는 체계는 모두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다.
농업은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일이다. 그 일을 하는 농업인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농업에 보내는 가장 기본적인 존중이다. 농업인이 다치지 않고, 쓰러지지 않고, 오늘도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어야 농촌의 내일도 이어진다.
농업인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 그것이 지속 가능한 농업과 농촌의 미래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