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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담장 안 성과급, 담장 밖 노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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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김남형 기자

승인 : 2026. 06. 3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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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파업 들어간 카카오 노조
부분 파업에 들어간 카카오 노조원들이 6월 10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00120김남형 증명사진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성과급을 둘러싼 논쟁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산업 현장 곳곳으로 번지는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영업이익 일부를 성과급으로 배분하라고 요구했고, 카카오 노조는 성과급 협상 결렬 끝에 파업에 나섰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성과급 요구는 이제 반도체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조선업과 통신업에서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노동자에게 나눠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원청 직원에게 지급된 고액 성과급을 지켜본 하청 노동자들도 격차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성과급 논란은 바이오, 플랫폼, 자동차, 조선, 통신으로 번진 노동시장의 새 쟁점이 됐다.

회사가 큰 이익을 냈다면 노동자들이 그 몫을 묻는 것은 자연스럽다. 성과는 자본과 경영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밤샘 개발자, 생산라인 노동자, 협력업체 직원, 물류와 유지보수 인력까지 수많은 노동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다. 문제는 요구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그 몫을 정하는 기준이 여전히 기업 담장 안에 갇혀 있다는 데 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교섭력이 있다. 성과급 산식과 지급률을 두고 회사를 압박할 힘도 있다. 반면 협력업체 노동자와 청년, 비정규직은 같은 성과의 주변부에 있으면서도 교섭 테이블에는 좀처럼 앉지 못한다. 담장 안에서는 정당한 성과 배분이지만, 담장 밖에서는 박탈감과 격차의 언어가 된다.

기업별 교섭은 내부를 지키는 데 강하다. 대기업 노조는 그동안 조합원의 임금과 고용, 복지를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성과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업별 교섭은 산업 전체를 지키는 데는 취약하다. 대기업 노사의 교섭 결과가 납품단가 인하나 외주 확대의 형태로 외부에 전가될 때, 협력업체의 임금 여력과 신규 채용은 줄어든다.

조선업은 이미 그 후유증을 보여줬다. 호황기 성과는 원청 중심으로 나뉘었고, 불황기 충격은 하청과 비정규직이 먼저 떠안았다. 숙련 노동자는 현장을 떠났고 청년은 조선소를 기피했다. 지금 조선업의 인력난은 단순한 구인난이 아니다. 산업 생태계가 무너진 뒤 찾아온 숙련의 공백이다.

여기에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원·하청 교섭 요구까지 더해졌다. 원청 책임을 넓히자는 취지는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기업별 교섭 체계 위에 원·하청 교섭이 산발적으로 얹히면 현장은 조정보다 충돌에 가까워질 수 있다. 누가 사용자이고, 어떤 의제가 교섭 대상이며, 성과와 위험을 어디까지 나눌 것인지에 대한 질서가 아직 충분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갈등은 성과급에만 머물지 않는다. AI 도입, 자동화, 구조조정, 알고리즘 통제까지 교섭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기술은 빠르게 바뀌는데 교섭 질서는 여전히 기업 단위에 묶여 있다. 성과급 논란은 미래 노동시장 갈등의 예고편일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성과급을 더 줄지 말지를 둘러싼 공방만이 아니다. 성과와 위험, 임금과 숙련, 안전과 고용을 산업 차원에서 함께 조정할 기준이다. 노동의 연대가 기업 담장 안에만 머문다면 갈등의 비용은 결국 담장 밖으로 밀려난다.

성과급의 계절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성과는 누가 만들었고, 그 몫은 어디까지 나눠야 하는가.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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