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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일부 법률가들은 '경영판단의 원칙'을 제시한다. 충분한 정보에 기초해 선의로 합리적 절차를 거쳤다면,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가 생겼더라도 사익 추구나 중과실이 없는 한 이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법리다.
성과급 재원인 영업이익은 배당, 연구개발, 설비투자, 부채상환, 인력보상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회사의 자원이고, 그 배분은 본질적으로 이사회의 경영상 판단 영역에 속한다. 특히 기술과 인력 숙련도가 생명인 반도체 산업에서 성과급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핵심 인력 유지와 생산성 제고를 위한 '투자'다.
따라서 총파업을 막기 위한 이번 결정 역시 경영판단의 원칙으로 보호받는 합리적 경영상 판단이라 볼 수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 노사 합의의 경우 정부 중재로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점도 경영진이 회사 이익을 외면했다고 보기 어렵게 하는 사정이다.
문제는 최근 제도 변화가 이러한 판단의 경계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개정 상법의 문제의식은 지배주주가 낮은 지분율로 기업집단을 지배하면서 합병, 분할, 내부거래 등을 통해 소수주주에게 손해를 전가하는 구조를 통제하자는 데 있었다. 이사가 회사뿐 아니라 주주에 대해서도 충실의무를 지고, 총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입법 취지도 여기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이번 성과급 논란은 이 주주충실의무란 법리가 본래 겨냥한 과녁을 빗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개정 상법의 목표는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사이의 이해충돌을 통제하는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노동자와 주주가 영업이익 배분을 두고 대립하는 맥락에서 소환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임금협상, 파업 회피, 인력 유지 같은 일상적인 경영판단조차 매번 주주 이익 침해 여부라는 사법적 잣대 위에 오를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게 된다. 이는 사후적 책임 위험을 키워 이사회의 의사결정 비용을 높이는 변화로 봐야 한다. 법이 보호하려던 주주권이 오히려 경영판단을 위축시키는 소송위험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초과이익 분배 논란까지 더해졌다. 성과급 논란이 노동자와 주주 간의 영업이익 배분 문제라면, 최근 고개를 드는 '초과이익 분배론'은 그 범위를 협력업체와 하청 노동자, 지역사회로까지 넓히자는 시도다. 반도체 산업이 국가재정·세제혜택·인프라 지원 속에서 성장했으니 초과이윤의 사회환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액면 그대로 보면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기업 이익은 임금, 이자, 거래대금, 세금 등 계약상·법률상 청구권을 모두 충족한 뒤 남는 잔여소득이다. 손실이 날 때 사회가 자동으로 보전하지 않는다면 성공했을 때 과실만 사회화하는 것은 위험과 보상의 대칭성을 깨뜨린다. 위험은 주주에게 전가하면서 이익은 이해관계자에게 나누는 구조가 되면, 기업은 장기적이고 불확실한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초과이익의 기준과 분배 범위, 내용, 수단에 대한 개념도 불명확하다.
이렇게 성과급 논란이나 초과이윤 분배론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주주, 노동자, 이해관계자, 정부의 압박 속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이사회는 점점 고립무원에 빠질 수 있다. 임금협상, 투자, 구조조정, 인수합병 등의 경영 행위가 사후에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법적 위험으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리스크를 떠안을 이유가 없는 이사회에게는 과감한 판단보다 판단 회피가 더 합리적인 전략이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기업 의사결정 위축은 고스란히 국민경제 전체에 부담으로 돌아간다. 주주 보호라는 선의로 시작된 기조가 정작 경영을 사법화하고, 위험에 대한 보상 원칙을 무력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침착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