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 개념 해외와 달라, 사회적 합의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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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의료기관이 보상을 늘리려 경계성 질환을 확정 진단하는 '업코딩'과 과다청구 부작용을 막을 방안 마련은 여전히 모호한 상황이다. 의료계에서는 주치의 사업의 목적이 불분명하고, 주치의 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9일부터 한 달간 50세 이상 주민에게 동네 의사가 포괄적 건강관리·돌봄을 제공하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 공모를 받는다. 의원 약 100개소를 선정해 오는 9월부터 3년간 본격 가동한다.
이번 사업은 동네 의원에 주치의를 등록한 50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다학제 팀'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는 의료비 절감과 수도권 대형병원 환자 쏠림 등을 해결하기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과제로 이같은 대책을 내놨다.
핵심은 미국 등 해외에서 활용 중인 계층적 질환군(HCC) 위험조정을 적용한 '통합수가제'를 국내 일차의료에 도입하는 것으로, 환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한 예측 의료비 수준(HCC 위험도)에 따라 환자군을 4개 분위로 구분하고 수가를 차등 적용하는 것이다. 다만 행위별 수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참여 기관에는 연 3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의 운영지원금과 성과 보상이 차등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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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의료계에선 제도 도입 목적이 모호하단 지적이 나온다. 앞서 의료정책연구원은 '미국의 계층적 질환군 (CMS-HCC) 위험조정 모델 도입의 문제점 분석'이라는 이슈브리핑에서 출발점 자체가 다른 미국 제도를 한국 의료체계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것은 의료환경과 의료이용 구조의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접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 CMS-HCC 모델은 미국 메디케어 시스템 하에서 민간보험사가 건강한 가입자만 선호하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개발된 제도인 반면, 한국은 단일 공보험 체계에서 전 국민이 동일한 보험 혜택을 보장받고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접근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감시 체계도 느슨하다는 문제가 있다. 미국은 민간보험사의 엄격한 통제와 정부의 강력한 사후 감사(RADV) 및 징벌적 환수 조치를 통해 의료기관의 업코딩을 억제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는 중간 통제자가 없는 단일 공보험 체계에서 동네 의원이 경계성 질환을 중증으로 상향할 경우 이를 적발하고 제재할 구체적인 방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의료당국은 환자 개인이 과잉진료에 대한 감시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나의 건강관리 앱과 심평원 시스템을 연계해서 어떤 서비스를 누구에게 제공받았는지에 대한 부분을 개인건강기록(PHR)을 연결해서 제공할 예정"이라며 "감시자는 이용 환자 본인이 될텐데 참여자에게 관련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함으로써 균형을 맞춰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치의를 거쳐야만 전문의를 만날 수 있는 해외와 달리,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이 자유롭고 다기관 이용이 잦은 국내 환경을 고려하면 '환자 유출률' 평가지표 등도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시스템은 전체 의원 방문 건수 중 등록된 주치의가 아닌 타 의원을 방문한 비율을 유출률로 산정하고 있다. 내과 주치의를 둔 환자가 안과 질환으로 다른 의원을 방문하면 '환자 유출'로 간주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향후 세부적인 기준을 어떻게 반영할지 추가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환자 입장에서 주치의라는 명칭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부터 사회적 합의가 안 돼있다고 지적한다. 단독 개원이 많은 우리나라 의원 특성상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의 인력을 구축한 기관이 사실상 거의 없는 점도 현장 작동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유럽의 주치의제는 전문의 진료를 받기 위한 일종의 문지기(게이트키퍼) 역할"이라며 "대한민국은 의료접근성이 좋아 환자들이 자신의 상태에 따라 해당 의료기관을 찾아 가는 것에 익숙해, 주치의의 역할이 무엇인지 모호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질환은 일차의료기관 주치의를 거치고 어떤 질환은 전문의를 찾아가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것도 환자 입장에서 일일이 기억하고 가라는 건 굉장히 무리"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