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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공급이 단 1초만 멈춰도 큰 손실이 발생하는 첨단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기반시설은 더욱 철저하게 준비돼야 한다. '전력 없이는 반도체도 없다'고 말하고 있는 각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만큼 전력과 용수, 송전망 적기 준공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정부도 '반도체 산업은 결국 속도가 경쟁력'이라고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다만 그 속도는 기업만의 몫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전력망과 용수, 송전선로, 인허가 등 국가 인프라도 같은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는 것은 정부가 끝까지 해결해야 할 숙제다. 공장은 준비를 마쳐가는데 이를 뒷받침할 전력 인프라가 뒤처진다면 AI 강국도, 반도체 경쟁력도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호남권 반도체 산단의 초기 전력공급을 위한 1단계 전력공급 잠정안을 마련했다. 호남 반도체 산단 적기 가동을 위해 지중화 작업을 통해 2029년 공급선로 구축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이다. 송전탑의 추가 지상 설치는 주민 동의를 구하는 작업이 쉽지 않은만큼 송전선을 땅속에 매설하는 지중화 방식으로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기후부는 지중화로 진행할 경우 해당 구간에선 입지선정위원회와 주민 동의와 같은 통상적인 과정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업부지와 성격, 조건에 따라 다를 수 있어 '완전히 생략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김성진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29년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약 20㎞로 예상되는 송전선로를 3년 내에 완료해야 한다"면서 "AI산업과 반도체 산업 추가 수요에 필요한 발전소와 송전망 건설에 지역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절대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여전히 주민 수용성이 중요함을 나타내는 대목으로 읽힌다.
지중화만 놓고 보면 공사비 부담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전 표준공사비 기준 345킬로볼트(㎸) 가공선로 설치비는 ㎞당 30억원이지만, 지중선로는 274억원으로 약 9배 높은 수준이다. 공급선로 구축비용은 전기를 받는 고객도 분담하도록 돼 있어 한전과 함께 공동으로 납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현재 서남권 메가프로젝트 등을 반영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수립 중이다. 전기본이 확정되면 원전을 비롯한 신규 전원과 송전망 확충에 따른 후속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AI 3대 강국 반열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전력망에 걸려 넘어져선 안 될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청사진과 선언이 아니라 명확한 실행 계획이 나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