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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김주원의 ‘요즘 미술’] 기억과 예술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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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7. 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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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노 세갈, 키스(2004)
티노 세갈, 키스(2004), 구겐하임미술관 전시장면, 2010
티노 세갈(Tino Sehgal, b.1976)의 대표작 '키스(Kiss)'는, 2008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 이하 모마)이 구입한 퍼포먼스 작품이다. 미술사 속의 '키스'는 어떻게 표현되었을까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로댕의 '키스'(1882)부터 클림트의 '키스'(1908-09), 제프 쿤스의 '메이드 인 헤븐'(1990-91) 시리즈 등의 조각과 회화 작품 속 포즈를 연결하여 이를 재현하는 남녀를 직관할 수 있다. 한 시간 이상 계속되며 미술사 속 여러 '키스'를 재현하는 남녀의 행위 자체가 작품이다 보니 세갈의 작품들 가운데 관람자의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작품 가운데 하나다.

기존의 회화와 조각, 드로잉과 판화, 사진, 필름 등 유형의 '물건(오브제)'/물질을 수집하는 미술관의 관행과 전통을 생각하면, 티노 세갈의 '키스' 같은 비물질적인 '행위'나 개념 등을 구입하여 소장한다는 일은 미술관들이 오랜 기간 논의해 온 난제 중의 하나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특히, 티노 세갈의 '키스'는 작가로부터 특정 행동을 수행하도록 훈련받은 참가자들이 퍼포머로 등장하는데, 이들은 작가와의 인터뷰를 거쳐 캐스팅되고 작품의 모든 신체적 움직임과 지시, 인용, 행위 등을 작가나 혹은 그의 대리인으로부터 구두로 전달받아 수행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세갈은 이들 퍼포머를 플레이어 혹은 해석자라고 부른다. 마치, 구전되어 실행되는 어떤 행위나 시나리오가 없는 즉흥극과 같은 그의 작품들은 작품의 매매 방식 또한 구두로만 진행되는 공연예술과 유사하다.

모마는 티노 세갈의 '키스'를 7만 달러(한화 약 7930만원)에 인수하였다. '키스'를 사고파는 작가와 모마의 계약 과정은 어떤 서류도 존재하지 않고 구두 거래로 계약이 체결되었다. 변호사와 공증인의 입회하에 체결된 계약은 작가의 지시와 계약 조건을 미술관이 준수한다는 내용에 합의한 후 악수로 마무리하며 미술관의 소장품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모마가 구입한 티노 세갈의 '키스'는? '키스'의 퍼포먼스 과정을 기록한 사진이나 비디오 등의 역사적 미학적 경제적 가치로 상승할 물질적 형태였을까? 아니면, 이후 재현을 위한 매뉴얼로서의 비디오나 스크립트였을까? 사실상 모마는 이 모든 것이 아니라 티노 세갈이 구축적으로 만든 '키스'의 상황과 이를 재공연할 권리를 구매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오브제가 아닌 일시적으로 실행되고 사라지지만 작가가 구축해 놓은 상황과 재공연 권리를 소장하게 되었다.

2025년 최근까지 30년간 모마의 관장이던 글렌 로리는 티노세갈의 '키스'를 구매했던 때를 다음과 같이 회고한 바 있다. "지금까지 수집한 소장품 중 가장 정교하고 어려운 작품 인수 중 하나였어요."

1929년 개관 당시 100여 점의 소장품으로 시작한 모마는 2000여 점의 미디어&퍼포먼스 작품을 포함하여, 2022년 기준 20만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특히 모마는 컬렉션 부서 중 퍼포먼스 부서를 신설한 후 첫 번째 작품으로 티노 세갈의 '키스'를 소장하였다. 이는 '퍼포먼스 아트'의 예술적 가치와 위상을 확정 짓는 일이자 동시대 새로운 '미술'의 개념과 형태를 주도하고 확장하는 모마의 실천적 전략이었다. 그리고 관람자들 각자가 직관한 행위에 대한 기억을 소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억으로 기억을 소유한다는 것은 비물질이라는 불확실함이 지닌 가능성으로 오히려 아름답게 소유할 수 있지 않을까. 부동산, 주식, 환율 등등 물적 가치가 우리 삶의 행복을 좌우하게 된 지 오래다. 모마가 소장하고자 하는 '기억'은 결국 무엇인 걸까. 예술이 무엇을 위해 제작되고 미술관은 무엇을 수집하고 보존, 연구해야 하는가를 반성적으로 돌아보게 한다.

/큐레이터·한빛교육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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