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월드컵은 팔 수 없다”… 인판티노에 칼 겨눈 유럽축구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4.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807010002316

글자크기

닫기

천현빈 기자

승인 : 2026. 08. 07. 09:32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UEFA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 반발
FFE 철회, 상업화·독주에 쌓인 불만 폭발
월드컵 흥행 좌우하는 유럽의 집단 반발
인판티노 사면초가… 4선 도전에도 먹구름
clip20260807093158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AP·연합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향한 유럽 축구계의 반발이 정책 철회를 넘어 FIFA의 권력 구조를 뒤흔드는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인판티노 회장이 월드컵 등 FIFA 주요 대회의 상업적 권리를 민간 자본에 넘기는 구상을 접었지만, 유럽축구연맹(UEFA)은 여전히 FIFA 주관 대회 보이콧 카드를 손에서 내려놓지 않았다.

논란의 출발점은 인판티노 회장이 추진한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다. FIFA가 별도 자회사를 만들어 월드컵 등 주요 대회의 상업적 권리를 민간 투자자에게 매각하고, 이를 통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각국 축구협회에 4000만 달러(약 580억원)를 제공하는 방안까지 제시되면서 FIFA 회원국의 동참을 끌어내려 했다는 점도 논란을 키웠다. AP통신에 따르면 FFE는 약 200억 달러 가치로 평가됐고 민간 투자자로부터 42억 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UEFA가 발끈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월드컵이라는 축구계 최대 자산을 민간 자본에 넘기는 문제를 떠나, 그 과정에서 FIFA 평의회와 회원국, 대륙연맹과의 충분한 논의가 사실상 생략됐다는 것이다. UEFA는 인판티노 체제에서 반복돼온 '상업화 우선' 기조와 의사결정의 중앙집권화에 대한 불만을 이번 기회에 한꺼번에 터뜨렸다.

특히 UEFA는 FIFA와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 상업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 유럽 55개 회원국은 세계 축구의 가장 강력한 선수층을 보유하고 있고, 챔피언스리그를 비롯한 클럽 대회는 막대한 중계권과 광고 시장을 형성한다. 월드컵 역시 유럽 강호들이 빠지면 경기력과 흥행, 방송권 가치가 동시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실제 남녀 세계랭킹 상위권에 유럽 국가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결국 UEFA는 55개 회원국의 FIFA 주관 대회 불참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과 아시아축구연맹(AFC)도 FFE에 반대하면서 인판티노 회장은 사실상 사면초가에 몰렸다. 결국 FIFA는 FFE 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인판티노 회장이 물러서자 UEFA도 싸움을 끝내지 않았다. FIFA가 지난 5일 긴급 지도부 회동을 열고 FFE 추진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했지만, UEFA는 5일(현지시간)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보이콧 방침을 유지했다. UEFA는 FIFA가 주요 대회 매각 제안을 철회하는 것뿐 아니라 이 같은 방식의 의사결정이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UEFA는 성명에서 "우리는 지난 토요일 성명에서 인판티노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신임을 잃었음을 분명히 했고, 그 입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FIFA가 뒤늦게 절차상의 잘못을 인정했지만, UEFA가 요구하는 것은 사과가 아니라 인판티노 체제의 변화라는 의미다.

인판티노 회장의 정치적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그는 2027년 3월 FIFA 회장 4선에 도전할 계획이다. 불과 월드컵 직후까지만 해도 사실상 무혈입성이 예상됐지만, FFE 사태를 거치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가 기존 지지를 철회했고, 오랜 우군으로 꼽힌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공개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도 인판티노 회장에 대한 신뢰를 철회했다.

여기에 인판티노 회장이 2030 월드컵 결승 개최지를 두고 모로코에 재선 지지를 대가로 약속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FIFA는 "인판티노 회장이 2030 월드컵 결승전 개최와 관련해 어떠한 약속을 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부인했지만, 논란 자체가 인판티노 체제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FFE 하나의 성패를 넘어선다. 인판티노 회장은 FIFA의 막대한 상업적 가치를 활용해 조직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려 했고, UEFA는 이를 '유럽 축구의 발언권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였다. 월드컵을 둘러싼 돈의 문제가 FIFA와 UEFA 사이의 주도권 싸움으로 번진 셈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FFE를 철회하며 일단 한발 물러섰지만, UEFA는 오히려 더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FIFA 주관 대회 보이콧이 현실화할 경우 월드컵을 비롯한 국제대회 자체의 존립과 흥행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2027년 FIFA 회장 선거를 앞두고 '인판티노 대 반(反)인판티노' 구도가 본격적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커졌다.
천현빈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