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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철강 심장’에 미래를 심다…장인화와 포스코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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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승인 : 2026. 10. 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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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에서 글로벌 누비는 '리더'로
세계철강협회 총회 22년만 유치
창업자 정신 이어 철강 위상 높여
철강중심 '트리플 코어' 전략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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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히 결단하되 세심하게 챙긴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의 경영 스타일에 대한 직원들의 평가다. 직원들과 도시락을 먹으며 격의 없이 대화하고, 반바지 착용을 허용해 달라는 현장의 소소한 요청에도 귀를 기울인다. 반면 결단이 필요한 순간에는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다. 실리를 얻을 수 있다면 익숙한 방식도 과감히 뒤로한다.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 1988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입사한 장 회장이 처음 제철소를 찾았을 때 마주한 문구다. 포스코가 강조해 온 창의와 기술의 가치를 일깨운 말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38년이 흐른 지금, 연구실의 학자는 격변하는 세계 시장의 최전선에서 그룹의 철학을 실행에 옮기는 경영자로 변신했다.

포스코의 '반바지 시대'를 연 그의 유연한 사고는 경영 판단에서도 드러난다. 장 회장은 한정된 자원에서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찾기 위해 사업의 지평을 세계로 넓히고 있다. 미국과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한편, 철강을 넘어 전략자원과 에너지를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키우는 '트리플코어' 전략을 제시했다. 철강 업황 둔화 속 조 단위 투자는 경영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장 회장은 단기 실적에 머물기보다 그룹의 장기적인 미래를 우선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과감한 결단의 이면에는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치밀한 포석이 있다. 장 회장은 세계 각국의 철강사 경영진과 직접 만나 산업의 미래를 논의하고 협력의 접점을 찾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저탄소 전환으로 글로벌 산업 지형이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주요 기업과의 긴밀한 협력은 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기반이다. 기술을 통해 철강의 경쟁력을 높여온 그는 이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 직원에게서 답을 찾는 '덕장'의 리더십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장 회장이지만, 경영의 출발점은 여전히 현장이다.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복도와 엘리베이터에서 장 회장을 마주치곤 한다. 먼저 인사를 건네고 자연스럽게 담소를 나누는 소탈한 모습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덕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소탈한 리더십만으로 풀 수 없는 과제도 산적해 있다. 철강 본업의 경쟁력을 지키면서 리튬과 에너지 등 신사업의 성과를 가시화해야 한다. 해외로 확장하는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거대한 조직을 하나의 방향으로 이끄는 일도 장 회장 앞에 놓인 과제다.

장 회장은 올해 임직원과의 소통 행사에서 변화의 출발점으로 조직 구성원의 공감과 참여를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훌륭한 비전과 전략을 세우더라도 이를 실행하는 것은 결국 조직문화"라며 "변화는 CEO와 임직원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공감'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사업 확장이라는 큰 그림도 결국 현장의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성과로 이어진다는 판단이다. 구성원과의 소통을 통해 변화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조직의 역량을 한데 모으는 것 역시 장 회장이 중시하는 경영 방식이다.

◇ '트리플코어' 승부수…글로벌 공급망 선점 나서

장인화 회장이 직접 발로 뛰며 한국 철강의 글로벌 위상을 끌어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가 2027년 세계철강협회 총회의 한국 유치다. 서울에서 총회가 열리는 것은 2005년 이후 22년 만이다. 사잔 진달 JSW그룹 회장을 비롯한 글로벌 철강사 경영진과 직접 마주 앉아 협력의 물꼬를 트고, 세계 철강업계의 시선을 한국으로 돌리는 성과를 일궈냈다.

유치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각국 철강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힌 무대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면 치밀한 전략과 발로 뛰는 외교가 필요했다. 그 중심에 장 회장이 있었다. 그의 가슴에는 창업자의 뜨거운 기업가정신이 살아 숨 쉰다. '철강왕' 박태준 명예회장이 일군 포스코의 뿌리, 철강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사명감이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맡은 일에 끝까지 책임을 다하고 원칙을 지키는 정신 역시 그가 이어받은 유산이다.

창업 세대가 철강으로 대한민국 산업화의 기틀을 세웠다면, 장 회장은 글로벌 협력으로 포스코의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박태준의 제철보국 정신을 과거의 유산으로 남겨두지 않고, 급변하는 세계 시장에서 포스코가 나아갈 방향으로 되살리는 것이다. 창업자의 정신을 이어받은 그의 승부는 이제 한국 철강의 위상을 넘어 포스코의 미래를 향하고 있다.

장 회장이 구상하는 포스코그룹의 미래는 철강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의 사내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앞으로 10년 후의 포스코그룹은 영역을 산업자원에서 전략자원과 에너지 자원까지 더 넓게 확장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수호자 역할을 하는 그룹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는 기업 생존이다. 불확실성이 커진 경영환경에 대한 위기의식. 그가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포스코그룹은 자원이 부족한 국내에서 철강과 기초소재를 생산하며 국가 기간산업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산업 고도화에 따른 국내 성장의 한계가 뚜렷해지는 데다 전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원재료 공급망의 불안정성도 커지고 있다. 해외 자원과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에서 공급망의 안정성은 더 이상 비용 관리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룹의 생존과 직결되는 전략적 과제를 강조한다.

장 회장이 내놓은 해법이 '트리플코어(Triple Core)' 전략이다. 철강을 중심으로 한 산업자원, 리튬·양극재·음극재·희토류 등을 포함한 전략자원,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를 아우르는 에너지자원을 세 가지 성장축으로 삼는 구상이다. 철강에 뿌리를 둔 사업 구조는 지키되 자원과 에너지로 영토를 넓혀 새로운 성장판을 열겠다는 승부수로 읽힌다.

그의 어깨는 무겁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미래 성장 분야에 16조7000억원을 쏟아붓고, 2035년 연결 기준 매출 187조원과 영업이익 13조1000억원을 달성해야 한다. 과감한 투자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하는 만큼 장 회장의 어깨에 놓인 책임도 막중하다. 신사업에서 확보한 성장 동력을 국내 철강 사업의 질적 경쟁력 강화로 연결해 포스코의 다음 도약을 이끌어내는 것, 이제 그에게 주어진 과제다.

관건은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는 실행력이다. 트리플코어 전략이 안착하려면 안정적인 자원 확보와 현지 생산·판매 기반 구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주요국 정부 및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투자 부담을 감내하면서 신사업의 수익성을 확보하고, 이를 본업의 경쟁력 강화로 연결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발 빠르게 움직이되 세심하게 챙긴다. 장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글로벌 확장 전략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과감한 투자와 사업 다각화로 새로운 성장 경로를 개척하는 동시에 현장과 조직, 글로벌 파트너와의 관계를 촘촘히 다지는 것이다. 그가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이유는 단순한 외연 확장에 있지 않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포스코그룹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하고 생존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다.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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