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방, 지배력 강화 속 경영 시험대
고부가 제품·사업 다각화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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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쿠첸의 지난해 매출은 1501억원으로 전년(1647억원) 대비 8.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40억원에서 24억원으로 40.2% 줄었고, 당기순손익도 약 9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2016년 매출 2726억원, 영업이익 98억원과 비교하면 외형은 약 45%, 영업이익은 약 76% 감소했다.
쿠첸의 부진은 모회사 부방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부방의 연결 매출은 3195억원으로, 이 가운데 쿠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육박한다. 부방의 영업이익도 전년(49억원) 대비 64% 감소한 18억원에 그치면서 영업이익률은 0.5%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그룹 지배구조는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층 공고해졌다. 이 부회장은 그룹 최상위 지주회사인 테크로스홀딩스의 최대주주다. 테크로스홀딩스는 부방 지분 39.74%를, 부방은 쿠첸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분 100%를 가진 개인회사 제이원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부방 지분 5.97%를, 본인 명의로도 1.08%를 보유하고 있다.
부방의 자사주 소각은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높이는 효과도 냈다. 부방은 지난 8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전체 발행주식의 10.63%인 638만5779주를 전량 소각했다. 이에 따라 테크로스홀딩스의 부방 지분율은 추가 매입 없이 35.52%에서 39.74%로 상승했다. 계열사·임원 등 특별관계자를 포함한 최대주주 측 지분율도 48.01%에서 53.72%로 높아져 절반을 넘어섰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조치가 경영권 안정으로도 이어진 것이다.
그룹의 승계 구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당초 부방그룹은 이동건 회장의 장남 이대희 전 부회장이 쿠첸과 부방을, 차남 이중희 부회장이 테크로스 계열을 각각 맡는 분할 경영 체제였다. 그러나 쿠첸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이대희 전 부회장은 2020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당시 보유하고 있던 부방 지분 30.04%도 약 450억원에 테크로스 측에 넘겼다.
이 전 부회장은 올해 7~8월 부방 주식 30만5000주를 장내 매입하며 약 6년 만에 주주로 복귀했지만 지분율은 0.57%에 그친다. 반면 이중희 부회장은 테크로스홀딩스 최대주주 지위를 바탕으로 부방과 쿠첸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했다. 형제간 나뉘었던 경영 구도가 사실상 차남 중심으로 재편된 셈이다.
그룹 내 사업별 성적표도 엇갈린다. 선박평형수 처리설비를 만드는 테크로스는 지난해 매출 1744억원, 순이익 206억원을 냈다. 수처리 계열사 테크로스워터앤에너지도 매출 2008억원, 순이익 68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쿠첸은 약 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선박·수처리 사업이 이익을 내는 것과 달리 생활가전 사업은 수익성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가치에서도 이런 상황이 드러난다. 이날 기준 부방의 시가총액은 약 537억원으로, 부방이 장부에 계상한 쿠첸 지분 가치 647억원에도 못 미친다. 상장 모회사 전체의 시장가치가 핵심 자회사 한 곳의 장부상 지분 가치보다 낮은 구조다.
이에 이 부회장은 쿠첸의 실적 반등을 위해 프리미엄 제품 강화와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쿠첸은 올해 중장기 성장 전략인 '비전2030'을 선포하고 2030년까지 매출을 두 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최근에는 티타늄 내솥을 적용한 '티탄 컬렉션'을 출시하며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관건은 지배력 강화가 실질적인 경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지난해 매출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외형을 두 배로 늘리려면 향후 5년간 연평균 약 15%의 성장이 필요하다. 최대주주 측 지배력은 한층 공고해졌지만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과 기업가치 회복이라는 과제는 여전하다. 쿠첸의 성장세를 되찾는 일이 이중희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쿠첸 관계자는 "경기 둔화와 소비심리 위축,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지난해 실적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며 "이중희 대표이사 체제 아래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사업 확대와 원가 혁신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쿠첸의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모회사 부방의 연결 실적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