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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 반도체 공장 후보지인 광주 군 공항 일원./연합 |
4일 산업통상부가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호남 반도체단지 지원 예산을 심의할 정부위원회의 민간위원에 반도체 비전문가들이 다수 위촉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원위는 정부위원 19명, 민간위원 16명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산업 분야' 민간위원 3명은 모두 반도체와 무관한 인사들이다. 김소우 슬라이폭스 대표는 광주·서울 등에서 일본식 과일 샌드위치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근배 전남대 총장은 관절 명의로 알려진 정형외과 전문의고, 한경구 균형성장정책개발원장은 지난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의 국토공간혁신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정부는 호남 반도체단지 기반시설 조성, 입주기업 지원, 인재양성 등에 향후 4년간 매년 1조5000억원씩 총 6조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런데도 엉뚱한 민간위원들에게 심의를 맡기자, 국회예산정책처까지 "정부가 전문성 보완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하지만 총리실은 "제빵, 인재 양성, 균형 성장에 관심 있는 분들로, 분야별 대표성이 있다"며 황당하기 그지 없는 해명을 내놨다.
내년 162조원, 몇년 내 수백조원 규모로 커질 미래대응기금의 경우 정부가 제멋대로 주무르는 '쌈짓돈'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기금의 용처나 규모를 결정할 최고 의결기구인 운용심의회를 기획예산처 장관이 사실상 독단적으로 구성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9월 제출한 '미래대응기금 설치·운용 법안'에 따르면 운용심의회는 기획처 장관을 위원장으로 10~30명 규모로 구성하되, 이 중 절반은 민간위원이어야 한다. 그런데 민간위원 구성 권한을 기획처 장관에게 일임해 사실상 정부 구미에 맞는 인사들로 채울 수 있도록 했다.
더 큰 문제는 법안 어디에도 '금융 또는 투자 전문가여야 한다'거나 '외부 독립기관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는 식의 자격요건이 없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신용보증기금 등 다른 공적기금의 경우 투자 등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민간위원의 금융·회계 자격이나 경력, 외부기관 추천 등 요건을 법률에 못 박아 둔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실제 전문성 없는 친정부 성향 인사들이 내년 예산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미래기금 사용처 결정에 큰 입김을 행사할 소지가 다분하다. 미래기금이 미래세대를 위한 '재정 저수지'가 아니라 국회 통제를 피해 갈 '백지 수표'가 될 공산이 큰 셈이다.
정부는 민간위원의 전문성을 보완한 수정안을 하루빨리 마련해 예산과 기금의 효율성을 높이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