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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7포 세대’ ‘헬조선’ ‘흙수저’ 등 젊은이들의 처지를 비관적으로 빗댄 신조어들이 양산되고 있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정 전 국무총리는 기성세대로서 현실을 개선하지 못한 데 대한 고뇌와 책임감으로 집필을 시작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사는 게 어려워 많은 걸 포기하는 젊은이들에게 절망을 딛고 일어설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을, 하면 안 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열두 남매 중 열 번째로 태어난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어린 시절 힘겹게 학교를 다녀야 했다. 중학교 때는 세 친구의 집을 옮겨 다니며 지내다 연탄가스를 마셔 객사할 뻔 했다. 사범학교에 들어가서는 낮에는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밤에는 야간대학 법대생으로 공부하며 주경야독했다. 그럼에도 꿈을 향해 정진한 결과 제14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게 된다. 책에는 당시 애환이 어떠했는지 절절하게 묘사돼 있다.
그가 첫발을 들여놓은 세상도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초임검사 발령을 받으면서부터 법조계의 편견과 불합리의 벽에 맞닥뜨려야 했던 것. 하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주어진 일에 충실한 결과 영등포 일대 대규모 소매치기단을 검거하게 된다.
그룹 ‘사랑과 평화’의 멤버 이남이 씨를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시키면서 그와 맺은 인연, 국민들에게 크게 사랑받았던 곡 ‘울고 싶어라’가 만들어진 배경, 대도 조세형 탈주 사건을 어떻게 맡게 됐고 수사 과정에서 그와 나눈 대화들이 소상하게 밝혀져 있다.
또한 ‘건국 이후 최대 규모의 금융 사기 사건’이라 불린 이철희·장영자 어음 사기 사건을 담당하면서는 장영자라는 여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 사건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지 돌아본다.
그는 ‘해커’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시절 우리나라 최초의 컴퓨터 해커 사건을 맡아 해결하기도 했고, 대검찰청 감찰부장 시절엔 대낮에 검사들이 술자리를 갖는 관행을 뿌리 뽑기도 했다.
이후 검사생활 30년 만에 사표를 쓴 이유와 불과 3개월 만에 변호사 생활을 그만둔 까닭, 2012년 뜻하지 않게 새누리당 공천위원장을 맡아 패색이 짙던 당시 상황을 역전시킨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책 후반부에는 제42대 국무총리로서 여러 일들을 수행하며 그가 지켜 나가려 한 ‘국무총리의 역할’은 무엇이었고 앞으로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타를 제시한다.
아울러 회고록에는 세월호 참사가 난 직후 어떻게 현장을 수습하고 구조 작업을 벌였는지 기록돼 있는데, 당시의 애타는 마음과 긴박한 순간들이 눈물 자국처럼 담겨 있다.
이밖에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온 나라를 뒤흔들 당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발표하게 된 연유,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나서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변론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고사한 이유 등도 진솔히 담아냈다.
그는 “길만 잃지 않는다면 어떤 거센 바람도 이겨 낼 수 있고 결국은 운명과의 경주에서도 승리할 수 있음을 삶을 통해 체험했다”고 말한다.
1944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그는 진주사범학교와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했다. 부산지검 울산지청장, 서울지검·부산지검 차장검사, 서울지검 남부지청장을 거쳐 대검찰청 감찰부장을 지냈으며, 광주지검과 부산지검에서 검사장을 역임했다. 2003년 법무연수원장에 임명되어 후배 법조인 양성에 힘을 쏟던 중 2004년 5월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앞두고 후배들을 위해 용퇴했다.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고,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맡았다. 2012년 4·11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천위원장을 맡으면서 정치권과 인연을 맺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제42대 국무총리로 2년 동안 재직하다가 스스로 사퇴를 강청해 물러났다.
홍성사. 264쪽. 1만3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