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제 3법 내세워 경영 좌지우지하려 할수도"
|
무엇보다 LG그룹 오너 일가가 소유한 ㈜LG 지분율이 46.6%에 달하는 반면 화이트박스의 지분은 0.6% 수준으로 미미해 경영권을 흔들 가능성이 적다는 판단이다. 또 화이트박스가 그룹 분리를 앞둔 현 시점에 이 같은 반대 작업에 나선 것은 지배구조 이슈로 주가를 띄우고 현금 배당을 늘리려는 목적과, 화이트박스라는 이름을 알리는 등의 노이즈 마케팅 의도가 짙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화이트박스가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공정경제 3법’을 적극 활용한다면 LG그룹 계열분리 과정에 잡음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정경제 3법은 최대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는 내용과 0.5%의 지분을 6개월간 보유하면 자회사 이사에 대해 즉각 소송을 걸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때문에 재계는 해당 법이 화이트박스와 같은 해외 헤지펀드의 표적이 돼 기업 경영을 흔들 수 있다며 반대한 바 있다.
14일(현지시간) 비즈니스와이어, 파이낸셜타임스(FT),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화이트박스는 최근 LG그룹의 계열분리를 반대하는 서한을 LG 이사회에 보냈다. 화이트박스는 “최근 발표된 LG의 계열분리 계획은 소액주주들의 가치를 창출하는데 실패할 것”이라며 “LG는 현재 순자산가치의 69% 수준인 주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훌륭한 기업 지배구조로 평판이 나 있는 LG가 소액주주들보다 가족을 우선시하는 계획을 제안했다”며 “그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계속되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또 화이트박스는 “명백히 더 좋은 대안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는 가족 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액주주들을 희생시키는 계획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며 “LG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다는 이유로 주주들에게 반하는 행동을 그만두라”고 촉구했다.
화이트박스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지니먼트 출신인 사이먼 왁슬리가 이끄는 펀드로 현재 LG 지분 0.6%가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지난달 말 이사회를 열고 LG상사와 LG하우시스·실리콘웍스 등 5개 사 중심의 신규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기존 지주사인 ㈜LG와 LG신설지주(가칭)가 내년 5월부터 독립경영에 들어간 뒤 곧바로 LG그룹과 구본준 ㈜LG 고문과의 계열 분리를 추진하는 계획을 결의했다.
LG그룹은 화이트박스 서한과 관련해 “이번 분사로 그룹의 역량을 전자, 화학, 통신 등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돼 주주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며 “분할이 완료되고 성장 전략이 더 구체화하면 디스카운트 이슈가 개선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화이트박스가 계열분리 반대보다는 특별배당과 주가부양으로 인한 차익 실현, 존재감 과시 등에 더 관심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 현대차 등에 그랬던 것처럼 지배 구조 개편을 이슈로 주가를 띄우고 차익을 실현하는 전형적인 헤지펀드의 수법”이라고 규정했다.
실제로 화이트박스는 “이번 인적분할로 LG의 현재 순자산가치의 2%가 유출되고, LG전자의 현금 1조8000억원 중 9% 가량이 빠져나갈 것”이라며 “이러한 자산을 주주들에게 직접 분배하는 대안이 더 많은 주주 환원을 가져올 것으로 추정한다”고 하며 주주 배당을 촉구했다.
하지만 화이트박스가 단순 배당이나 주가 부양을 목표로 하지 않고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주주 제안까지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LG는 내년 3월 26일 정기 주총에서 LG상사 등 5개 계열사 분할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화이트박스가 0.5%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이력을 내세워 감사위원 후보 추천 주주 제안에 까지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경제 3법 통과로 적대적 인수합병 또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감사위원을 이사회에 심어 경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됐다. 주주행동주의를 막던 문턱 하나가 사라진 셈”이라며 “LG에 대한 화이트박스의 공격이 ‘공정경제 3법’ 막 통과된 절묘한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은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