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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통과된 ‘양곡법’, 농식품부 “정부·농민 노력 형해화… 대안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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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록 기자

승인 : 2024. 11. 29. 15:14

28일 쟁점법안 4건 야당 주도로 국회 의결
"쌀 산업, 시장기능 강화 및 경쟁력 제고 필요"
"가격 보전이 아닌 선제적 수급관리 작동해야"
"재해대책·보험, 운영원칙·형평성 훼손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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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양곡관리법 등 쟁점법안 4건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양곡법) 개정안 등 쟁점법안이 통과된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는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하는 한편 종합적인 대안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29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법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등 일부개정법률안 4건이 가결됐다.

송미령 장관은 같은 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농업·농촌 발전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양곡관리법(양곡법) 등 4개 법률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농식품부는 양곡법 개정안이 오히려 쌀값을 더 떨어트리는 법안이라며 쌀 수급안정을 위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해당 법안은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고, 양곡 시장가격이 평년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차액을 정부가 지급하도록 하는 '양곡가격안정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이 경우 정부 의무 매입에 기댄 구조적 공급과잉 심화로 쌀값이 더 떨어지고 타 작물 전환으로의 유인도 사라진다고 농식품부는 분석한다.

현재 농식품부는 쌀 수급안정을 위해 전략작물직불제를 중심으로 한 재배 작물 전환 유도, 벼 재배면적 감축 등을 추진 중이다. 연내 농가에 벼 재배면적 감축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포함한 '쌀 산업 근본대책'을 발표할 예정으로 농식품부가 내년 목표로 잡고 있는 감축분은 약 8만㏊다. 지난해 기준 쌀 재배면적은 70만8012㏊로 집계됐다.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생산을 줄여 쌀 농사를 '양'에서 '질'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농식품부 복안이다. 결국 쌀에 대한 시장기능 강화 및 경쟁력 제고가 근본 대책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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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주요 농산물에 대해 '최저가격 보장제도'를 도입하는 농안법 개정안의 경우 특정 품목 쏠림현상이 우려되는 만큼 선제적 수급관리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농식품부는 주요 농산물 주산지별로 생산자단체 및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현장 중심의 선제적 수급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주산지협의체를 통해 과잉 또는 과소생산에 대응한 수급관리를 실시하고 정부가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자조금단체의 기능·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자조금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농식품부는 해당 법안이 품목 선정 관련 농업인 간 갈등이 유발될 수 있고, 국제 통상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개정안을 보면 보전 대상이 되는 품목과 기준가격을 생산자단체가 포함된 심의회를 구성해 정하도록 명시했다. 이 과정에서 각자 원하는 농산물을 대상에 넣으려고 해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과도한 개입으로 시장기능을 저해시킬 수 있다.

또한 이런 가격 보전 방식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규정한 '감축 대상 보조금'으로 인식될 수 있다. 해당 보조는 특정 농산물의 생산이나 가격에 영향을 줘 무역을 왜곡할 수 있는 지원금이라고 WTO가 규정한 것이다. 국내 보조에 관해 감축이행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보조금·상계관세협정 등에 근거한 불이익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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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아울러 재해대책법 및 재해보험법 개정안은 운영 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한다.

전자의 경우 재해 이전까지 투입된 생산비 보장 및 실거래가 수준으로 지원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후자는 보험요율 산정 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에 대해 할증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응급 복구 및 생계지원 등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국가 재해지원 원칙과 상충될 수 있다. 또 타분야와의 형평성 저해도 문제 소지가 있다.

보험의 경우 재해 피해가 발생해 보험금을 받은 지역은 보험요율을 높여야 하는데 개정안으로 요율이 동결되면 결국 보험금이 일괄 상승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보험사업자는 상품 운영이 어려워지고, 재해 예방 노력을 기울인 농업인이 그렇지 않은 농업인과 같은 대우를 받게 돼 도덕적 해이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올해 재해 복구지원 단가를 평균 23% 인상하고, 농기계 및 시설·설비 등 80개 항목을 지원 대상에 추가했다. 실거래가를 고려한 복구비 지원단가 현실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지원항목 세분화 및 신설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에 본사업으로 전환되는 '농업수입안정보험'을 통해 자연재해로 인한 수확량 감소뿐만 아니라 가격 하락에 따른 수입 손실도 보전할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와 선량한 농업인의 노력이 형해화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농업·농촌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만들고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정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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