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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저출산 대책, 주택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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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12.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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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380조 원을 투입했으나, 같은 기간 합계출산율은 1.13에서 0.72로 감소했다. 저출산 대책의 이 참담한 성과가 제시하는 분명한 교훈은 다양한 대책을 망라하기보다 근본적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주택이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곧 결혼 문제라 해도 무방하다. 혼외출산율의 OECD 평균은 41.9%지만, 우리는 2.5%로 일본과 함께 가장 낮다. 결혼 밖에서 출산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당장의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 결혼이 선행돼야 한다.

결혼과 출산의 선택은 독신에 비해 공간을 늘리는 선택이다. 질도 중요하다. 혼자라면 좁고 위험한 곳도 견디지만, 거기서 신혼을 꾸미거나 아기침대를 들이진 않는다. 가족을 생각한다면 쾌적하고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고, 잠깐이 아니라 장기간 필요하며, 게다가 장기간 그 공간을 늘려가야 한다. 결혼과 출산의 선택은 이 공간 변화에 대한 선택이다. 이를 감당할 수 없다면 어떤 다른 조건이 주어지더라도 결혼과 출산은 진행될 수 없다.

물론 안정적 소득, 교육비 부담 완화, 양육친화적 환경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구비될지라도 당장 늘어나는 가구원을 수용한 공간이 부족하거나, 그 공간이 부적합하다면 결혼과 출산은 선택되지 않는다. 불충분한 소득이 더 중요하다 주장되지만, 사회초년가구가 소득을 불충분하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상승하는 주택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데 있다. 향후 주거비부담이 가중되지 않는다면 현재 소득만으로도 얼마든지 충분할 수 있다. 이처럼 주택은 그 자체로도, 또 소득증대의 압박을 덜어낸다는 면으로도 출산에 기여한다. 그렇기에 주택은 여러 저출산 대책의 하나가 아니다. 저출산 대책의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다.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이 단적인 사례다. 주거실태조사 분석결과에 따르면 입주 이후 출산경험은 신혼부부로 한정할 경우 민간임대주택 가구는 24.5%지만, 장기전세주택 가구는 49.7%로 나타난다. 가구소득이 장기전세에서 월 141만 원 더 낮음을 감안할 때 이는 매우 놀라운 결과다.

장기전세주택의 특징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행복주택 등에 비해 보다 오래 거주할 수 있다는 점도 작동하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월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전세계약이라는 점이다. 주거비도 월세로 환산해 비교하면 민간임대보다 83만원 저렴하다. 보증금도 저렴하지만 월세도 내지 않아 여유비용을 모두 양육에 투입할 수 있다. 또 보증금은 5% 범위로 인상되면서 2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다. 이 주거안정이 결국 출산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최근 장기전세주택Ⅱ(미리내집)을 발표, 매력적인 장치를 더했다. 입주 이후 출산가구에게 더 넓은 장기전세로 이주할 기회를 제공한다. 거주기간이 경과할수록 높아지는 소득이 재계약에 장애요인으로 작동함을 감안, 자녀 출산시 소득기준을 최소 20%p에서 최대 60%p까지 완화한다. 임대주택에 거주하더라도 여전히 자가소유를 희망함을 고려, 2자녀 이상 출산할 경우 거주 중인 주택을 우선, 그리고 최대 20%까지 할인해 매수할 권한을 제공한다.

그럼에도 개선의 여지는 존재한다. 연간 4000호의 물량은 현재 서울의 신혼부부 주거소요(추산한 바에 따르면 18~20만 가구)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시세 이하 임대료를 모든 신혼가구가 부담할 수도 없다. 서울시 특성상 정비사업으로 결정되는 입지를 신혼부부가 선호할지 보장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저출산 대응에 있어 주택의 위상을 분명히 정립했다는 점만으로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다. 중앙정부의 저출산 대책에서도 주택을 우선하는 근본적 전환이 이제는 진정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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