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드림: 백남준 팩토리 아카이브'전이 열리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 2관 전경. /세종문화회관
백남준은 1997년 유럽의 3대 현대미술제 중 하나인 독일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에 초청받아 32대의 자동차로 구성된 대규모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20세기의 욕망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자동차를 선택해 표면을 은색으로 도색했다. 32대라는 숫자는 백남준의 탄생연도인 1932년에서 비롯됐다. 이 작품에서는 모차르트의 진혼곡이 흘러나왔는데, 이는 20세기 대표적인 운송과 소통 수단이었던 자동차와 TV에 종언을 고하는 듯 했다.
'로봇 드림: 백남준 팩토리 아카이브'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 2관에서는 이 작품의 당시 모습을 재현한 모형과 포스터를 볼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 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_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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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 모차르트의 진혹곡을 조용히 연주하라' 포스터. /세종문화회관
이번 전시는 백남준의 로봇 조각이 제작됐던 '백남준 팩토리'에 남겨진 방대한 아카이브 가운데 320여 점을 공개하는 자리다. 전시작들은 1983년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미국 신시내티에서 백남준의 작품 제작을 도왔던 수석 디자이너 겸 테크니션 마크 팻츠폴의 소장품이다.
유명 판화가였던 팻츠폴은 백남준의 판화 제작을 하며 협업을 시작했고, 그러한 협업은 백남준 팩토리로 이어졌다. 백남준 팩토리는 1984년부터 1999년까지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핀들레이 스트리트 424번지에서 운영됐다. 이곳에서 그의 주요 비디오 조각 및 로봇 작품들이 만들어졌다. 팻츠폴은 백남준의 아이디어 발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아카이브 자료 1000여 점을 관리하고 보존해 왔다.
전시를 위해 내한한 팻츠폴은 "이번 기획전은 백남준의 작품이 여러 협력자들을 통해 제작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전시 소개하는 마크 팻츠폴<YONHAP NO-6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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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판화가 마크 팻츠폴. /연합뉴스
전시에서는 백남준과 팻츠폴이 협업한 첫 판화 모음집과 백남준이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혁명가 8명을 8개 TV조각으로 형상화한 시리즈를 판화로 제작한 작품 등이 눈길을 끈다.
2007년 팻츠폴의 판화 공방을 방문해 백남준의 유산을 발견하고 국내에 소개한 남천우 프린트아트리서치센터 디렉터는 지난해 미국의 유명 미술관에 팔릴 위기에 처했던 아카이브를 어렵게 한국으로 들여왔다.
남 디렉터는 "백남준이 냅킨에 그림을 그리면 이를 현실화시킨 사람이 팻츠폴"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백남준의 가치가 우리가 알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종미술관 측은 "백남준의 로봇 작품들은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탐구한 중요한 실험이었다"면서 "로봇이 일상이 된 현대 사회에서 백남준의 로봇이 갖는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4월 27일까지. 무료.
[세종미술관] 로봇드림_백남준 아카이브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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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드림: 백남준 팩토리 아카이브'전이 열리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 2관 전경. /세종문화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