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트럼프 50% 관세 폭탄에…인도서 ‘맥도날드·코카콜라’ 불매운동 확산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4.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812010005438

글자크기

닫기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8. 12. 08:58

인도 맥도날드
지난해 2월 인도 뭄바이의 한 맥도날드 매장 밖에 앉아 있는 시민들의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50%의 '관세 폭탄'으로 인도에서 거센 반미(反美)감정과 미국 제품 불매 운동이 번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2일(현지시간) 인도의 주요 기업인들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 등이 맥도날드·애플·코카콜라 등 미국산 제품 불매와 '자국산 애용'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인도는 그동안 미국 기업들에게도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다. 메타의 왓츠앱 사용자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곳도, 도미노피자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많은 매장을 운영 중인 곳이 인도다. 슈퍼마켓 등에서도 코카콜라와 펩시 등 미국산 음료들이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 이후 분위기는 급변하고 있다.

인도의 한 화장품 스타트업 창업자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우리는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온 제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섰고, 우리가 소유하지 않은 브랜드를 자랑스럽게 소비해왔다"면서 "한국의 식품·뷰티 제품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처럼 '메이드 인 인디아'를 세계적인 열풍으로 만들자"고 촉구했다.

모디 총리의 인도국민당(BJP)과 연계된 단체 스와데시 자그란 만치는 지난 주말 인도 전역에서 집회를 열고 미국 브랜드 보이콧(불매)을 촉구했다. 이들은 왓츠앱 등 메신저를 통해 미국산 비누·치약·음료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인도산 제품 목록을 공유하고 있다. "외국 식품 체인 불매 운동"이란 이름으로 만들어져 공유되고 있는 이미지에는 맥도날드를 비롯한 여러 미국 프렌차이즈들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모디 총리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 힘을 싣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열린 한 행사에서 "자립을 위한 특별한 호소를 한다"면서 "인도 기술 기업들이 세계를 위한 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이제는 '인도의 필요'를 더 우선시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정 기업이나 불매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불매운동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로이터는 아직 이러한 움직임이 실체 매출에 즉각적인 타격을 주고 있진 않다고 전했다. '보이콧' 속에서도 테슬라는 최근 뉴델리에 두 번째 쇼룸을 열었고 11일 열린 개장식에는 인도 상무부와 주인도 미국 대사관 관계자들이 나란히 참석했다. 맥도날드를 이용하던 한 시민은 "관세는 외교의 문제일뿐 내 맥퍼프나 커피를 그 문제에 끌어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불매 운동은 '50% 관세 폭탄'에 대한 인도의 감정적 대응인 동시에, 모디 정부가 추구하던 '민족주의'가 경제·통상 부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충돌하며 나타난 셈이다. 단기적인 효과는 우선 미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인도의 소비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인도를 향한 미국의 강경한 태도는 최대 무역 갈등 상대인 중국에 대해서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관세 휴전 마지막 날인 11일(현지시간), 중국과의 '관세 전쟁'을 90일 더 유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오는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후한 미·중 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려두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우방에 가까운 인도에는 강경책을, 최대 경쟁국인 중국에는 유화책을 쓰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인도의 불만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