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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테크 투자에 미소 짓는 삼성물산… 내부거래 증가는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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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 기자

승인 : 2025. 11. 18. 18:46

내부거래 비중 확대 가능성에 "'기간산업'이라 수의계약 가능"
전문가 "지역경제 활성화 및 평택 미분양 해소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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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이 초대형 투자계획을 밝힌 삼성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신규 공사 물량을 받아낼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45%를 상회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반도체 등 하이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가 수백조원에 이르는 만큼, 삼성물산이 수십조원의 신규 물량을 따 낼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논리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개별기준으로 삼성물산의 계열사간 상품·용역거래 비중은 2021년 32.9%를 기점으로 37.4%(2022년), 40.5%(2023년), 42.5%(2024년) 등으로 3년 연속 올랐다. 국외 계열사간 상품·용역거래 비중은 24.8%(2021년)에서 24.0%(2024년)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국내 비중이 41.9%에서 57.4%로 늘어난 결과다.

그룹 소속 회사로부터 수주한 공사 물량을 기본도급액으로 보면 약 24조원에 이르는데, 이는 삼성물산의 전체 기본도급액(약 95조원) 중 약 25%에 해당되는 규모다. 특히 반도체 공사 물량의 경우 지난해 1조2182억원의 수의계약으로 따낸 바 있다. 지난해 수의계약으로 따낸 물량 규모(1조3718억원)의 88.8%에 달한다.

삼성물산 입장에서 보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반도체의 경우 보안이 생명이다. 경쟁사에 정보가 흘러들어갈 경우 삼성전자에게 치명타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사를 맡을 수 밖에 없다. SK에코플랜트 역시 SK하이닉스로부터 반도체 공사 물량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한 바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국가기간산업으로 분류되는 반도체 공사의 경우 기밀을 요구하고 있다"며 "외부 입찰을 하게 될 경우 공사기간뿐만 아니라 착공 시기 등 여러 기밀 사항이 경쟁사에 흘러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반도체) 공급망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부득이하게 수의계약을 진행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의 이 같은 투자로 인해 회사 실적뿐만 아니라 미분양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진형 부동산경영학회 회장(광운대 교수)은 "투자를 진행하게 되면 신규 공사 물량을 따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장을 짓는 현지 지역 경제도 도움이 된다"며 "또한 삼성이 평택캠퍼스에 짓는 반도체 공장 'PH5' 공사가 재개되면, 현지 미분양 단지물량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삼성물산은 안정적인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고, 현지 지역에선 경제 활성화 및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룹 공사 물량을 받아낼 경우 삼성물산의 내부거래 비중이 더욱 증가될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 삼성물산의 계열사간 상품·용역거래 비중은 반도체 공사 물량 등을 받으면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약 10% 포인트 상승했다.

그룹이 향후 5년간 450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삼성물산이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대로 20조~30조원의 신규 수주를 확보할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삼성물산 입장에서도 마냥 좋아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물론 내부거래 비중이 늘어난다고 해서 제약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에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9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서면 답변서에서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등에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며 기업 내부거래의 감시·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삼성물산의 지배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인데, 그룹의 지배 핵심 축이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지분을 보유하며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삼성물산이 실적 개선으로 배당액이 늘어날 경우 최대 수혜자는 이 회장이 된다. 정부가 투자 유치에 발 벗고 나서고 있음에도, 사정기관이 일감 몰아주기에 부정적이다 보니 삼성물산에 불똥이 튈 수도 있는 셈이다.
이수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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