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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저지 거주 한국 교포와 대화 내용이다. 그는 호가 100만 달러 정도 되는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 미국은 상속세 과세기준이 300억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으니, 그가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의 주택가격은 우리 돈으로 14억원 정도다.
우리나라도 이 정도 규모면 상속·증여세 부담이 크지 않다. 그러나 가액이 높아지면 상당한 금액을 부(富) 이전비로 내야 한다. 상속·증여세는 시가를 기준으로 한다. 만일 자녀에게 시가 30억원 부동산을 물려주면 절반은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그래서 2세대에 걸쳐 부를 이전하면 남는 게 없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부동산에 붙는 세금은 가히 혀를 내두를 정도다. 살 때 취득세와 등록세를 부담하고 거주하는 동안에는 재산세를 내야 한다. 팔면 양도소득세를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죽으면 상당한 비율의 상속세를 부담해야 한다. 죽기 전 물려준다면 고율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부동산 소유에 따른 세 부담이 우리나라처럼 과도한 나라가 또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들을 겨냥해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예정대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4년 전부터 예정돼 있었던 정책이라며 실행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부동산 투자 투기하며 '또 연장하겠지'라는 부당한 기대를 지닌 다주택자보다 집값 폭등에 고통받는 국민이 더 배려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이나 중개업소는 다주택자들이 없으면 임대 공급이 불가능할 것이고 다주택자들이 줄어드는 만큼 임대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한다.다주택자들이 여유 주택을 임대해 임대소득을 늘려가는 것은 자본주의 속성상 이해는 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과도한 측면이 없지 않다.
정부는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털어내고 주가 5000시대를 예정보다 훨씬 앞당겨 초과 달성했다. 이제는 타깃을 부동산 안정화로 돌린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의 비중이 여타 선진국들에 비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부동산 시장에 과도하게 자금이 쏠리는 것은 국가 전체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부동산 쏠림 현상의 이유를 분석해서 이의 완화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다주택자 압박도 그런 정책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사실 다주택자 압박은 이재명 정부만 시행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전 정부들도 그랬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동원되고 있는 게 다주택자 압박이나 세제 개편을 통한 세 부담 가중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도 전통적인 부동산 과열 억제책 중 하나였다.
이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 안정을 도모하려는 의지가 분명하니, 기왕이면 지속 가능한 부동산 관련 세제 전면 개편에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 국민의 의견을 모아 '과속'의 모습을 보이는 우리 부동산 시장 안정을 꾀하면 좋겠다. 그래서 청년층의 주거 불안을 해소해 주기 바란다.
물론 공급과 금융도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할 것이다.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는 살고 싶은 곳의 집값은 오히려 더 치솟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상속·증여세는 지나치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수십 년간 근본적 제도 변화 없이 세 부담 규모가 꾸준히 커지는 추세다.
상속세 과세 인원은 2002년 1661명에서 2024년 2만1193명으로 약 13배 급증했고, 같은 기간 총세수 대비 상속세수 비중은 0.29%에서 2.14%로 증가했다. 상속세는 과거 초부유층 세금에서 점차 중산층까지 체감하는 세금으로 바뀌고 있음에 정부는 유념해야 할 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부유층의 해외 자산 유출 논란을 일으키게 된 것은 자산 보유에 따른 불안감을 반영하는 것과 다름없다. 부동산 취득 시부터 매매나 상속·증여 때까지 달라붙어 있는 각종 세금을 단순화·일원화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거친 수준에서 부의 대물림이 순탄하게 이뤄져야 한다. 2번 상속·증여를 하면 개인 재산이 사라지는 현행 제도는 불합리하다. 손을 봐야 한다. 보유세를 강화하되 거래세를 획기적으로 낮추면 세수는 엇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심도 있게 따져봐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가 발전을 위한 비전을 토대로 온 국민이 관심을 쏟는 부동산 세제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천천히, 꼼꼼히, 그리고 면밀히 근본부터 점검해 합리적이며 단순하고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으며 항구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변치 않는 제도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대증요법적 대책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경욱 논설심의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