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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인정받은 소설가 한강,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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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3. 27. 10:57

미국 평론가도 반한 한강…번역 장벽 넘어
한국 작가들, 해외 유수 문학상 '단골'로 이름 올려
노벨 문학상에 소설가 한강…한국 작가 최초 수상 쾌거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2023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9회 세계 한글 작가대회'에서 강연 중인 한강 작가./연합
한강 작가가 '작별하지 않는다'의 영어판(WE DO NOT PART)으로 26일(현지시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ational Book Critics Circle Awards) 소설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1975년 출범한 협회상 사상 번역된 작품이 소설 부문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비영어권 번역문학에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진 미국에서 번역서로, 도서 평론가들이 주는 상을 받았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앞서 김혜순 시인이 2024년 한국 작가 최초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았을 때도 시 부문에서 번역 작품이 선정된 것은 처음이었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는 시상식에서 한강 작가의 수상을 발표하며 "제주 4.3 사건의 여파가 남긴 트라우마를 섬세하게 그려냈다"며 "상실 속에서 창조와 진실에 대해 천착한 고찰"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이 예술적인 소설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압도적인 꿈처럼 긴 여운을 남긴다"고 덧붙였다.

2021년 처음 출간된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장편소설로,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과 더불어 한강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사고를 당해 입원한 친구 인선의 제주도 빈집에 내려가서 인선 어머니의 기억에 의존한 아픈 과거사를 되짚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최경란·피에르 비지우의 번역을 통해 2023년 '불가능한 작별'(Impossibles adieux)이란 제목으로 프랑스에서 출간돼 메디치 외국문학상과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연이어 받았다.

평단 안팎에서는 한강의 대표작들 중에서도 '작별하지 않는다'가 2024년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평가한다.

한강 작가는 이날 시상식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다.

한강 작가는 출판사 편집장이 대독한 소감에서 "이 책을 위해 내 모국어인 한국어에서 영어로 놀라운 연결을 만들어준 두 번역자, 이예원과 페이지 모리스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여전히 우리들 안에 깜빡이는 빛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그 빛을 굳건히 붙들고 앞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한강은 앞서 2016년 부커상,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한국문학사의 새 장을 열었고, 이번엔 전미비평가협회상까지 거머쥐며 세계적 작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노력만으로 가능했던 일은 아니다. 한국문학의 내적 역량이 성숙한 가운데, 정부와 민간의 체계적 번역 지원이 더해지면서 수많은 한국 작가들이 한국문학의 세계화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한강의 성공은 세계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그는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의 전신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으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어 한강은 2018년에도 또 다른 소설 '흰'으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후 2022년 정보라의 소설집 '저주토끼', 2023년 천명관의 장편 '고래', 2024년 황석영의 장편 '철도원 삼대'가 잇따라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세 작품 모두 비록 수상으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한국문학의 탄탄한 기반을 확인할 수 있었던 사례였다.

세계 유수 문학상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인물로는 김혜순 시인을 빼놓을 수 없다.

김혜순은 2024년 시집 '날개 환상통'(Phantom Pain Wings)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시 부문을 한국 작가 최초로 수상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7월 '죽음의 자서전'으로 아시아인 최초로 독일 세계 문화의 집(HKW)이 수여하는 국제문학상(Internationaler Literaturpreis)을 받기도 했다.

또 정보라는 지난해 미국 필립 K. 딕 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수상으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한국 작가가 세계 3대 SF(과학소설)상 후보에 오른 첫 사례였다.

아동·청소년문학 분야에선 이금이 작가가 2024년에 이어 2026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HCAA) 글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동 문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안데르센상은 2022년 이수지 작가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은 2020년 백희나 작가가 각각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바 있다.

한국 작가들의 잇따른 수상은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한국문학번역원의 정책적 지원과 여러 언어 번역자의 헌신적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번역원은 2008년 번역아카데미를 설립해 꾸준히 번역가를 양성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2024년 번역원의 번역·출판 지원을 받은 한국문학 도서의 해외 판매량은 약 120만부를 기록해 전년(약 52만부)의 약 2.3배로 늘었다.

번역원의 해외 번역출판 지원 사업 신청 건수도 2021년 156건, 2022년 209건, 2023년 281건, 2024년 340건, 2025년 383건으로 증가세이다. 번역원이 지원한 한국문학 번역서는 2001년 15종에 불과했으나 2014년 110종으로 처음 세자릿수가 됐고, 지난해는 194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의 경우 영어와 프랑스어 등 13개 언어권의 번역·출간이 번역원의 체계적 지원을 통해 이뤄졌다. 영어판은 이예원과 페이지 모리스 번역가가 공동 번역했다.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5년 출간 도서 시상식에서 이예원과 페이지 모리스가 번역한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판을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한강 작가의 수상 소감을 대독하는 출판사 편집장./연합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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