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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도체·사법기관 이전이 지방선거 이슈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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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3. 30. 00:01

헌법재판소,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주에서는 헌법재판소, 대구에서는 대법원을 각각 자신의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북지방변호사회는 최근 전북도지사·전주시장 선거 예비후보들에게 헌재 전주 이전을 핵심 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공식 제안했다. 정치·행정·언론 권력이 집중된 서울과 공간적으로 분리돼야 헌법 수호 기관의 본질을 지킬 수 있다는 논리다. 전북이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과 '사도 법관' 김홍섭 전 서울고등법원장 등 존경받는 법조인을 배출한 지역이라는 점도 내세운다고 한다.

민주당 소속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30일 대구시장 출마 선언과 함께 대법원 이전 공약을 제시할 예정이다. 대구 지역의 주장도 사법기관이 오면 침체된 지역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에 바탕한 지역 발전 논리다. 대구를 '사법 수도'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는 것이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의 활력 약화가 국가적 문제임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민심의 향배에 민감한 정치권, 특히 입법권과 자원 배분권을 쥔 여권이 이 문제 해결에 목소리를 내야 하는 처지라는 점도 이해된다.

하지만 지방균형 발전 논리를 국가 사법체제의 핵심인 대법원과 헌재에도 적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대법원과 헌재 같은 헌법기관을 지역 균형 논리를 맞추기 위한 수단으로 삼겠다는 발상 자체가 소탐대실의 하책(下策)으로 보인다.

지방 균형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사법의 안정성, 헌법기관의 존엄성 등도 결코 경시할 수 없는 가치다. 국가 사법 체계의 효율성과 기관 간 유기적 연계, 국민의 접근성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특히 일명 4심제로 불리는 사법소원제가 입법화돼 대법원과 헌재 간 소통 필요성이 늘고 관련 민원이 폭증할 텐데, 두 기관을 떨어뜨려 놓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일단락된 듯했던 용인 반도체산단 이전 주장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세지고 있다. 노영민 충북지사 예비후보는 지난 24일 합동연설회에서 '취임 100일 내 삼성 유치 양해각서(MOU) 체결'을 공약했다. 같은 당에서 전남·광주 통합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경합 중인 민형배 의원과 김영록 전남지사도 '삼성·SK 등 글로벌 기업 유치' 등의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안호영 민주당 의원도 전북 지역 내 삼성 반도체 공장 유치를 강조하고 있다.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반도체산단 이전 압박이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정부 당국자들도 반도체산업을 우리 경제의 '황금알 낳는 거위'라고 칭한다. 미국, 중국, 일본, 대만, 한국 등 주요국이 나라의 명운을 걸고 이 산업의 진흥과 보호에 힘을 쏟고 있다. 이 중대한 시점에 기업에 효율성과 생산성이라는 경제 논리 외에 지방균형론이라는 정치 논리도 고려하라고 강요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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