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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대응도 벅찬데 복지 연계까지…포화 상태 경찰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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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소영 기자

승인 : 2026. 04. 06. 16:15

순찰·112 대응 중 주민 안내 나서지만 “치안과 복지 경계 흐려질 수 있다” 우려
고독사 우려·생활고 민원 등 첫 접점은 경찰…복지 행정 선제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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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관련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순찰차를 타고 112 신고를 받는 현장 경찰이 배고픈 이웃을 만나면 먹거리와 생필품을 바로 연결해주는 복지 업무까지 맡게 됐다. 복지 사각지대를 촘촘히 메우겠다는 취지지만, 복지 행정이 놓친 빈틈을 경찰이 상시적으로 뒷수습하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복지부)와 경찰청은 최근 '그냥드림'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협조체계를 구축했다. 그냥드림 사업은 별도 신청 절차나 소득 기준 없이 생계가 어려운 국민에게 먹거리와 생필품을 우선 지원하고, 필요할 경우 상담과 복지서비스까지 연계하는 사업이다.

사업은 복지부와 경찰의 협업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더 촘촘히 하겠다는 취지다. 경찰은 순찰이나 112 신고 처리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발견하면 그냥드림 코너를 안내하고 가까운 사업장 이용을 연계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취약계층을 위한 '최후의 사회안전매트'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복지 시스템의 빈틈을 경찰이 상시적으로 메워야 해, 업무 과부화 우려가 나온다. 가정폭력·주취 소란·실종·고독사 우려·생활고 민원 등 각종 112 신고를 가장 먼저 접하는 경찰이 위기가구의 첫 접점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현장 경찰의 업무는 포화 상태다 현장 경찰은 범죄 예방 순찰과 112 신고 대응, 주취자 처리, 실종자 수색, 가정폭력·아동학대 초기 대응까지 맡고 있다. 여기에 복지 연계 기능까지 더해질 경우 치안 인력들의 업무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위기가구를 외면할 수는 없지만 순찰과 112 신고 대응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복지 연계까지 사실상 경찰 몫으로 더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도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연결하는 일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순찰차와 112 현장이 복지 사각지대 발굴 창구처럼 굳어지는 상황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백을 메우는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라는 명분이 현장 경찰의 과도한 희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도 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경찰이 직접 지원 업무를 모두 떠안는 것은 부담"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치안 등 경찰 본연의 업무에 치중할 수 있도록 현장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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