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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없는 송환’은 없다…범죄인 인도에 숨은 공식 ‘등가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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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훈 기자

승인 : 2026. 04. 20. 18:30

국가 간 이해관계 따라 송환 여부 좌우
자국 범죄자 인도, ODA 등 요구 빈번
외국 국적 취득땐 '자국민 보호'에 발목
법무부
법무부 전경. /법무부
대한민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한 82개국 사이에는 '등가교환'이라는 보이지 않는 원칙이 작동한다. 대한민국이 외국과 조약을 맺고도 해외 도피범 송환에 어려움을 겪는 배경이다.

외국에선 '조건 없는 송환'이 아닌 자국 범죄자 검거 협조, ODA(공적개발원조)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범죄인 인도는 조약·국제법이 아닌 국가 간 이해를 맞추는 협상 과정에 가깝다. 제도와 현실 사이 괴리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범죄인 인도 관할기관인 법무부는 미국·일본 등과 연 1회 이상 정기적인 형사사법 공조회의를 열고, 동남아 공조 네트워크(SEAJust)·유럽연합 형사사법협력기구(EUROJust) 등 국제 협력망에도 참여하며 공조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동남아 공조 네트워크는 한국이 유엔범죄마약사무소(UNODC)에 공여하는 기여금으로 운영되는 네트워크로, 동남아 국가· 일본·미국·프랑스·중국 등 22개국(올해 4월 기준)이 가입돼 있다.

법무부가 이같이 국제 협력망 강화에 나선 것은 해외 도피범 송환이 법률적 절차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국가 간 이해관계에 따라 송환 여부가 달라지는 만큼, 상시적 협력 체계를 통해 공조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해외 피의자 송환 시 국내 수사기법을 해당 국가에 교육하거나 교류·협력하는 방식으로 범죄인 송환 협조를 이끄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제 공조가 강화되는 흐름과 달리, '자국민 보호'를 내세워 범죄인 인도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국가도 적지 않다. 불법 웹툰·웹소설 사이트 '뉴토끼' '마나토끼' '북토끼'를 운영한 A씨가 대표적이다.

국내외 웹툰·웹소설을 무단 유포한 불법 사이트 '뉴토끼' '마나토끼' '북토끼'를 운영한 A씨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수사가 진행된 2019년 8월 이전인 2017년 일본으로 출국한 뒤 귀화해 돌아오지 않고 있다. 아시아투데이는 2024년 8월 이 사실을 단독 보도했지만, A씨 송환은 현재까지도 진전을 보지 못한 상태다.

법무부 관계자는 "범죄인이 외국 국적을 취득하더라도 범죄인 인도 가능성에 영향이 있어서는 안 되지만, 일부 국가에선 자국민 보호 원칙을 이유로 인도 요청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적 변경이 범죄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아야 하는데 전적으로 공감하며, 해외 도피 범죄인 송환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돼 있더라도 양국의 법 체계가 상이해 이중처벌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 복수 국적, 위장 신분을 이용해 제3국으로 도피하는 등 소재 파악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법무부는 양자 협의체와 다자 공조 네트워크 등을 통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범죄인 인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해 범죄인 인도와 강제송환 등으로 국내에 들어온 범죄자는 모두 27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4년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정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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