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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반쪽짜리 잔치된 ‘바이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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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아 기자

승인 : 2026. 04. 28. 18:00

아시아투데이최정아
'아시아 최대 규모 바이오 행사.' 올해 21회를 맞는 '바이오 코리아'에 붙는 수식어다. 하지만 화려한 타이틀과 달리, 올해 참가사 명단을 보면 묘한 허전함이 든다. 10년 전만 해도 국내 대형 제약·바이오사들이 앞다퉈 단독 부스를 차리며 존재감을 뽐냈지만, 올해는 그 이름들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바이오 코리아는 정부 주도의 바이오 행사로,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사업 기회 창출을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제약·바이오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존재감이 사그라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기업들의 무게 중심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국내에서 얼굴을 알리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BIO USA,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ESMO 같은 글로벌 무대가 실질적인 파트너십의 장이 됐다. 국내에서 거금을 들여 대형 부스를 차릴 이유가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정부의 추진 동력도 예전만 못하다. 한때 바이오 코리아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챙기는 자리였지만, 올해는 실장급 참석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그 배경으로 바이오 산업 컨트롤타워의 장기 부재를 꼽는다. 10년 이상 긴 호흡이 필요한 산업 특성과 달리, 5년 주기 정권 교체 속에서 중장기 지원 전략이 흐려졌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때는 대통령이 직접 방문할 정도로 바이오 코리아의 위상이 상당했지만, 이제는 아니"라며 "임기 내 성과를 보여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바이오 산업 지원은 차순위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한 건 K-바이오 기술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진 시기란 점이다. 유한양행은 폐암신약 렉라자로 미국 FDA(식품의약국) 허가를 받아냈고, 알테오젠·리가켐바이오 같은 바이오텍들은 조 단위 기술수출 계약을 잇달아 성사시켰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한국 기업을 찾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데 정작 국내 바이오 산업을 대표하는 행사에서는 예전의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기업들은 이미 더 큰 무대를 찾아 나갔고, 정부의 관심은 옅어졌다.

바이오 산업은 단기 성과로 평가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신약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최소 10년, 수천억 원이 든다. 정권마다 슬로건은 바뀌어도, 실질적인 중장기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술력이 아무리 좋아도 한계가 있다. 한국 바이오산업이 정부 컨트롤타워 없이 각자도생할 때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빠르게 성장중이다. 바이오 코리아의 빈자리는 단순히 행사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컨트롤타워 없이 표류하는 한국 바이오 산업 정책의 현실이기도 하다.

최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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