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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안전의무 위반 인정하고도 감형”…아리셀 유족 “2심 판결 인정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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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은 기자

승인 : 2026. 04. 28. 18:38

2심 비상구·비상통로 설치 의무 판단 두고 정면 반박
“리튬 1차 전지 위험성 낮게 본 판단 부당” 변호인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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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셀대책위와 유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2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판결문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하은 기자
아리셀 참사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가 박순관 아리셀 대표의 형량을 대폭 감경한 2심 판결에 반발하며 불복 의사를 밝혔다.

아리셀참사대책위원회와 아리셀산재피해가족협의회는 28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에서 '아리셀 2심 선고 거부'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장 핵심적인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아리셀 대표가 안전조치 의무를 방치하지 않은 자로 평가되는 것은 정합성이 없다"며 "이 재판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1심과 2심이 모두 박 대표의 열감지기 설치 의무, 후속공정 중단 또는 발열검사 실시·분리보관 의무, 정기 안전보건교육 의무, 채용 및 작업내용 변경 시 안전보건교육 의무, 소방훈련 및 교육 의무, 위험성평가 의무 등 6가지 핵심 의무 위반을 인정했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2심이 박 대표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완전히 방치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한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1심과 2심 판단을 가른 비상구·비상통로 설치 의무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대책위는 2심이 리튬 1차 전지를 위험물질로 보지 않아 위험물질인 리튬을 취급하는 층만 비상구 설치 의무가 있는 작업장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피해 가족 측 손익찬 변호사는 "리튬이 전지 안에 들어가 있더라도 1차 전지가 좁은 공간에 모여 있고 용접작업 중 화재 위험도 있었다"며 "위험이 적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상구와 비상통로 유지 의무를 이행했다고 본 판단도 문제 삼았다. 사고 공장에서는 비상구로 향하는 중간 통로의 문이 평소 정직원과 연구소 직원만 출입할 수 있도록 보안이 걸려 있었다. 대책위는 화재 당시 문이 자동 개방됐다는 이유로 비상구 유지 의무 위반을 부정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손 변호사는 "샌드위치 패널이 대피를 막았는데 통로가 비상구보다 넓은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다.

검찰의 공소사실 구성에 대한 아쉬움도 나왔다. 변호인 측은 리튬 1차 전지 자체가 위험물질에 포함되도록 명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 부분이 2심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피고 측이 희생자 23명 유가족 전원과 합의한 점이 감형 사유로 참작된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피해자 측 신하나 변호사는 "사측과의 집단교섭에서 도의적 책임과 사과를 요구하자마자 교섭이 끝났고, 이후 박 대표는 물론 회사 임원조차 만날 수 없었다"며 "합의 과정에서 외국인 유족의 취약성을 이용한 차별적 합의안과 시한부 압박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 판결이 기업들에게 누군가를 죽여도 돈만 있으면 죗값을 치를 수 있다는 신호를 줘서는 안 된다"며 향후 항의 행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간담회 뒤 희생자 영정 앞에서 판결문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며 "또 다른 희생을 막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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