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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셀 2심 판결, 감형 결론 두고 사실관계 짜맞춰…법왜곡죄 적용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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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은 기자

승인 : 2026. 05. 13. 18:06

“안전관리 소홀 인정하면서도 방치 아니라고…정합성 떨어져”
“피해자 진술권 제한하고 법리 무시…법왜곡죄 구성요소”
“중대재해 특성 반영 못해…과실책임 평가방식 재검토 필요”
영장실질심사 향하는 박순관 아리셀 대표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가 지난해 8월 28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경기 수원시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을 빠져나와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선고된 '아리셀 참사' 2심 판결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에서 "감형하기로 답을 정하고 사실관계를 짜맞춘 판결"이라며 법왜곡죄 적용도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1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진행된 '아리셀 참사 2심 판결의 법리적 한계' 토론회에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 부위원장인 손익찬 변호사는 아리셀 2심 판결에 대해 "피고인들을 봐줄 마음을 먹고 판결문을 쓴 것"이라고 평가했다.

손 변호사는 2심 재판부가 박순관 대표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이 확인되지 않아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일부 무죄를 선고한 것이 부적절하다고 봤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 경영책임자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반기 1회 이상 평가·관리할 의무가 있는데,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박중언은 비상구·비상통로 유지 의무를 빼더라도 정기안전보건교육 의무, 채용·작업 내용 변경시 안전보건교육 의무, 위험성평가 의무 위반이 인정됐다는 것이다. 손 변호사는 "경영책임자인 박순관이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박중언의 산안법상 업무 수행 여부 평가 기준을 수립해 엄정하게 평가했다면, 박중언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또 2심 재판부가 박순관 대표가 아리셀 사업장의 위험성을 외면하고 이익 추구에만 몰두했다거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 등을 완전히 방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손 변호사는 "2심은 양형이유에서 박순관에 대해 사업장의 특성을 반영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소홀히 했고,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권한과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방치했다고 했다"며 "이런 자가 동시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 등을 완전히 방치하지 않은 자'로 평가된 것은 동일 양형이유 본문 내에서 정합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손 변호사는 2심 판결에 대해 "결국 합리적 양형사유가 제시된 채 피고인들의 형이 감형된 것이 아니라 감형하기로 답을 정하고 사실관계를 짜맞춘 판결"이라고 혹평하면서 이번 사안에 법왜곡죄를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봤다.

그는 재판부가 마지막 공판에서 피해자 진술 청취를 거부하고, 합의 형성 과정에 관한 피해자 대리인 진술도 거부했으며, 피해자 대리인 의견서 수령도 거부했다고 짚으며 재판부가 피해자의 재판상 진술권·의견서 제출권을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또 유사한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같은 산업현장에서 동종의 산업재해가 이미 발생하였던 경우에는 사업주가 충분한 보완대책을 강구하였는지를 엄격하게 봐야 한다는 법리가 제시됐고, 피해자들이 이러한 판례 법리를 주지했음에도 이를 적용하지 않은 점도 법왜곡죄 구성 요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가 피해자와의 합의를 감경 요소로 삼은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법률지원단을 맡고 있는 신하나 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은 "피고인 측은 유족들이 선출한 대표를 통한 공식 집단 교섭을 거부했고, 합의금 지급의 전제로 처벌불원서 작성을 요구하면서 사과를 요구하는 유족들에게는 합의하면 사과하겠다는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아리셀의 숙소 지원 종료에 따른 강제 귀국 압박은 외국인 유족들의 협상력을 약화시켰다"며 "양형조사관은 유족들의 의사를 최대한 '용서한다'는 쪽으로 무리하여 해석해 합의의 외형 뒤에 있는 강박과 차별의 실체를 양형 심리에서 차단했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2심 판결은 합의를 마치 회사가 민사책임 외에 별도의 형사적 노력을 한 것처럼 전제하고 양형에 반영했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저가에 민사채권을 변제하면서 형사 양형 감경 효과를 동시에 획득하는 구조"라며 "회사가 부담해야 랗 본래의 민·형사상 책임 중 어느 하나도 온전히 부담하지 아니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2심이 인정하지 않은 사고 장소 비상구 설치·유지 의무에 관한 반박도 나왔다.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2심 재판부가 '리튬 1차전지'를 위험물질이라고 보지 않아 각 층마다 비상구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에 대해 "재판부는 산업안전보건규칙상 '리튬'은 위험물질이지만 이를 가공한 '리튬 1차전지'는 위험물질이 아니라 판단했다. 그러나 리튬 전지는 수분과 반응하거나 충격이 가해질 때 연쇄 폭발을 일으키는 고위험 물질임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실제 아리셀 공장에서도 사고 이틀 전 폭발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면서 "재판부가 오히려 책임을 회피할 구실을 준 것이다. 향후 다른 사업장에서도 위험물질을 가공하거나 결합한 제품을 다룰 때 원료가 아닌 제품이라는 이유로 안전 조치 의무를 경감받으려는 악의적 선례로 활용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 소장은 "특히 '출구의 물리적 존재'와 '노동자의 실질적 대피 가능성'을 분리하는 것은 해석상의 오류"라며 "재판부는 기업의 경영 책임자등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법문을 극단적으로 축소 해석했다. 법에 '각 층'이라고 규정하지 않았으니 책임이 없다는 것은 말장난에 가까운 논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사법부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사법 정의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판결과 같은 명백한 법리 오인 및 절차적 왜곡에 대해서는 법왜곡죄의 적용 여부를 엄중히 따져 물어야 한다"고 했다.

장진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 사건에서 다수 근로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반가치와 고위험 사업장을 지배·관리한 피고인들의 책임, 불법파견·안전교육 부실·선행 폭발 이후 후속공정 지속 등 누적된 위험관리 실패가 판단 기준이 돼야 함에도 이 요소들이 합의라는 사후적 사정에 의해 상당 부분 완화됐다면서 "이는 결과의 중대성이 합의에 의해 상쇄될 수 있다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은 또 "항소심은 이 사건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에 해당하면 그 법정형 자체가 고의범에 비해 현저히 낮게 설정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과실범이라는 점을 중심으로 형벌의 한계를 설정하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짚었다. 이는 교통사고나 일회적 업무상 과실 사건과 동일한 방식으로 논리를 적용했으나, 중대재해 사건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중대재해의 경우 통상적으로 단일한 실수나 일회적 판단착오가 아닌 장기간 안전관리의 부재, 위험요인의 반복적 방치 등이 결합돼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 이전 축적된 위험을 통제해야 할 자가 이를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장 위원은 "과실범 일반론을 그대로 적용하여 고의가 아니라 과실이므로 형벌은 제한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강조하는 경우, 이러한 구조적 책임은 양형 판단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중처법이 도입된 입법 목적과도 충돌할 수 있다"며 "적어도 중대재해와 같은 사안에서는 과실범 일반론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구체적 위험의 내용과 통제가능성, 그리고 책임의 실질을 중심으로 양형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중대재해 사건에 적합한 과실책임 평가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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