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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영주권 미국 내 신청 원칙 제한…해외 영사 처리로 이민 문턱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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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5. 23. 07:11

미 이민국 "임시 체류자, 본국서 영주권 신청"…국내 신분 조정 예외로 축소
2024년 82만건 미국 내 승인 절차 영향…배우자·취업자 대기 장기화
출생시민권 판결 앞두고 이민 규제 확대…대규모 소송 예고
Trump New York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주 서펀의 록랜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연설하고 있다./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2일(현지시간) 임시 비자로 체류 중인 외국인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미국 안이 아닌 해외 영사관에서 영주권(Green Card)을 신청해야 한다는 새 지침을 발표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조치가 수십만 명의 영주권 신청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민 변호사들과 전직 국토안보부(DHS) 관리들은 가족 이산 장기화와 영사 처리 적체 심화를 우려하며 의회가 허용한 제도를 행정 지침으로 축소한 데 대한 소송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 미 이민국 "임시 비자 체류 외국인, 영주권 신청 해외 영사관서 해야"…연간 82만 건 미국 내 신분 조정 차단

미국 시민권·이민서비스국(USCIS·이민국)은 이날 이 같은 정책 메모를 발표했다. 이 정책 메모는 수십 년간 미국 안에서 진행돼 온 영주권 신분 조정(Adjustment of Status) 절차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다.

잭 칼러 대변인은 성명에서 "지금부터 미국에 임시로 체류하는 외국인이 그린카드를 원한다면 예외적 상황(extraordinary circumstances)을 제외하고 본국으로 돌아가 신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칼러 대변인은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학생이나 임시 근로자, 여행객 등 비이민 비자(non-immigrant visa) 소지자의 미국 방문은 단기·특정 목적으로 제한되며 우리 시스템은 방문이 끝나면 떠나는 것으로 설계됐다"며 "그들의 미국 방문이 영주권 절차의 첫걸음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NYT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그린카드 발급 140만 건 중 82만 건 이상이 미국 내 신분 조정 방식으로 처리됐다. 지난 20년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을 제외하면 매년 50만명 이상이 이 방식으로 영주권을 취득했고, 2024년 혼인을 통한 영주권 취득자 중 70% 이상인 약 25만명도 미국 내 신분 조정을 택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2025년 1월 이후 이민자 수십만 명을 체포하고, 수십만 명을 추방해 온 전방위 단속 기조의 연장선이다. 지난해에는 학생·문화 교류 방문자·언론인의 비자 기간 단축을 추진했으며, 국무부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10만 건 이상의 비자를 취소했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다만 새 정책의 시행 세부 기준은 아직 불명확해 임시 체류자와 이민 변호사들이 예외 인정 범위와 적용 대상 파악에 혼란을 겪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미 영주권 신청 제한
미국 시민권·이민서비스국(USCIS·이민국)은 22일(현지시간) 임시 비자로 체류 중인 외국인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미국 안이 아닌 해외 영사관에서 영주권(Green Card)을 신청해야 한다는 새 지침을 발표했다./USCIS 홈페이지 캡처
◇ 불법체류자 출국 땐 3년~영구 입국 금지 위험…H-1B 비자 수수료 10만달러 부담 설상가상

WSJ는 이번 정책이 미국에 불법 체류하다가 미국 시민권자와의 결혼이나 21세가 된 자녀의 후원으로 영주권을 얻으려는 수백만 명에게 특히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합법적 신분 없이 출국하면 체류 기간에 따라 최소 3년에서 영구적 입국 금지 조치를 받을 수 있고, H-1B 등 취업 비자로 수년간 일한 근로자도 해외 영사관에서 비자가 거부될 경우 이의를 제기할 법적 수단이 없다고 WSJ는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H-1B 비자 신청에 10만달러(1억5200만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고, 복지 수혜 가능성을 근거로 신청자를 거부할 수 있는 '공공 부조(public charge)' 규정도 추가로 추진 중이며 영사관 직원들에게는 반(反)이스라엘 성향 등 소셜미디어(SNS) 게시물도 심사하도록 지시했다고 WSJ는 전했다.

기업은 취업 비자로 근무하던 직원이 해외 영사 처리 과정에서 장기 이탈하거나 복귀하지 못할 위험을 떠안게 돼 외국인 채용 매력도가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주한 미국대사관
2025년 5월 23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 비자를 발급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연합
◇ 영사관 적체에 가족 이산 수년 장기화 우려…구호단체 "학대 아동까지 사지로 내몰아"

전직 USCIS 정책 분석관으로 현재 중도좌파 싱크탱크 서드웨이(Third Way)의 세라 피어스 사회정책 국장은 "그들이 신청해야 할 영사 처리 시스템은 이미 과부하 상태"라며 "가족이 수개월 또는 수년간 이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NYT가 보도했다.

WSJ도 영사관 예약이 이미 수개월에서 수년 치가 꽉 찬 상태에서 새 정책으로 적체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P는 트럼프 행정부의 여행 금지 또는 이민 비자 발급 중단 대상 국가 국민은 본국 귀환 후 재입국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구호단체 히아스(HIAS)는 인신매매 피해자와 학대받은 아동까지 위험한 본국으로 강제 귀환시키는 조치라고 비판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 전 법무부 관리 "출생시민권 판결 대비 포석"…법조계 소송 예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법무부 이민 담당 관리를 지낸 리언 프레스코는 WSJ에 "행정부의 주된 정책 동력은 출생시민권 소송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론 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구제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금지하려는 출생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에 대한 연방대법원 판결은 다음달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트럼프 대통령은 변론을 현직 대통령으로는 이례적으로 직접 방청한 바 있다.

미국 싱크탱크 케이토(Cato)연구소 데이비드 비어 국장은 이번 조치가 트럼프 행정부 이민 단속 정책 가운데 가장 중대한 것이라며 "194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고 비판했다.

미국이민변호사협회(AILA)의 샤르바리 달랄-다이니 정부관계 국장은 "이는 의회가 개인에게 명시적으로 허용한 것"이라며 "신청자가 해외에서 기다리는 동안 가족이 이산되거나 고용주가 귀중한 직원을 잃는 대신, 이곳에 머물며 계속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WSJ가 전했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소재 톰슨하인 로펌의 데이비드 레오폴드 이민 전문 변호사는 블룸버그에 "이 행정부는 제한주의적 법안을 통과시킬 의회 표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포고령과 지침을 통해 기관의 기능을 좁히고 있다"며 "그들은 정말로 내부 이민 시스템을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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