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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대로] ‘국민배당금’ 앞서 교육교부금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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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5. 31. 17:50

김용범 실장, 개념 섞어 혼선 부른 측면
반도체 호황에 교부금 내년 90조 폭증
수명 다한 목적세·'칸막이 재정' 심각
자리 걸고 '방 안의 코끼리' 해결해야
배병우 논설위원
배병우 논설위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번 정부에 참여하기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적극적으로 했었다. 입부(入部) 후엔 중단했다가 이재명 대통령의 엑스(X·옛 트위터) 정치가 본격화한 지난 1월 말부터 일주일에 1번꼴로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리고 있다.

지난 11일 '국민배당금'을 제기해 논란이 됐던 김 실장의 페이스북 게시물은 A4용지로 4장이 넘는 장문이다. 제목도 무게가 느껴지는 '차원이 다른 나라: 인공지능(AI) 시대 한국의 장기 전략'이다. 게시글 말미의 '(가칭)국민배당금-새로운 사회계약' 부분에만 시중의 관심이 쏠린 측면이 있다. 김 실장 주장의 출발점은 'AI 시대의 주도권은 AI 모델을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AI 인프라를 만드는 나라에 있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메모리 반도체와 제조업 경쟁력이 압도적인, 김 실장 표현으로는 희소한 풀스택 제조 역량을 보유한 한국은 월등한 전략적 우위를 갖는다.

AI 시대 인프라·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일시적이 아니라 장기 구조 변화라면 한국 경제는 그동안의 순환형 수출경제에서 기술독점적 경제구조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기술독점적 경제구조를 갖는다는 건 지속적 초과이윤을 내는 국가가 된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AI 시대의 초과이윤은 속성상 소수 계층에 집중된다. 김 실장은 그래서 AI 시대의 핵심 질문은 단순한 성장률이 아니라 초과이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안정화할지에 달려있다고 지적한다. 그 해법으로 제안하는 게 국민배당금이다. 김 실장 주장의 골자는 이 정도다. 하지만 논지 전개가 매끄럽지 않다. 개념과 용어를 뒤섞어 사용해 혼선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전혀 다른 개념인 초과이윤(혹은 초과이익)과 초과세수를 별 구분 없이 사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초과이윤은 경제학에서 주로 독과점시장에서 시장집중으로 인해 경쟁시장에 비해 추가적인 이윤이 발생하는 것을 가리킨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초과이윤을 얻고 있다고 전제하고 주장을 폈지만, 이 또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국내에서는 독과점일 수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 반도체 기업들이 내는 수익을 AI 시대 진입에 따른 수익으로 보기도 어렵다. AI 관련 정부 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서울대 교수는 "현재는 AI로 인해 수익이 발생하는 단계가 아니라 반도체 경기활황으로 큰 수익이 나는 것"이라며 "'반도체=AI'라는 논리는 무리가 있다"고 한다.

청와대의 해명처럼 김 실장의 원래 의도가 반도체 활황에 따른 초과세수 배분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면 의미가 있다. 이 경우에도 국민배당금이라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개념을 내세우기 전에 정부가 시급히 처리해야 할 과제가 있다. 지방교육교부금(교육교부금)이다.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자동 배분되는 이 예산에 대한 논란은 하루 이틀 된 게 아니다. 최대 문제는 초중고 학령인구는 급감하는데 국세 수입의 20% 이상을 의무적으로 할당하게 한 경직성이다. 지방교육청에는 돈이 남아 예산 낭비 사례가 이어지는데 등록금 동결로 교육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는 대학 등 고등교육에는 한 푼도 쓸 수 없는 것도 문제다.

특히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법인세와 소득세 등 내국세 증가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초과세수가 10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연동된 교육교부금 역시 급증해 내년 지방교육청에 추가 배정되는 예산이 20조원을 상회, 전체 교육교부금이 90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고령화와 복지, 실업 등 국민이 해결을 애타게 바라는 문제는 재정 부족에 허덕인다. 유가증권시장 매도액의 0.15%가 자동 배분되는 농어촌특별세도 폭증할 것이다. 반도체 활황에 따른 증시 호황으로 주식 거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대적 소명을 다한' 목적세와 '칸막이 재정'을 손보는 게 재정의 1순위다. 거대 여당이 국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쉽게 입법화할 수 있기에 정부의 책임은 더 무겁다. 정부 내에서 교육교부금 개편설이 나오고 있지만 선거로 당선된 교육감 등 '교육 기득권층'의 반대를 뚫을 수 있을지 비관론이 적지 않다. 고쳐야 할 문제임을 다 알지만 서로 애써 못 본 척하거나 회피하는 과제를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라고 한다. 한국의 대표적 '방 안의 코끼리' 교육교부금에 김 실장이 자리를 걸고 과감히 칼을 대야 한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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