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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군 개혁은 '건강한 문민통제'하에서 철저하게 안보수요에 따라 신중하게 추진돼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위험한 안보실험이 될 수 있다.
◇사관학교 통합과 합동성
이론적으로 말해, 사관학교 통합으로 기대할 수 있는 실익으로는 중복 행정의 통합으로 인한 국방운영비 절감, 한국군 작전 환경에 대한 공감대 확대, 군종 간 심리적 장벽 해체를 통한 '합동성 마인드'의 조기 배양 등을 들 수 있다. 우려도 있다. 각 군 고유의 전통과 자부심이 희석되어 군의 영성(spirituality)이 약화될 수 있고, 각 군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전문성을 희생시키면서 여러 분야에 대해 조금씩은 알지만 제대로 아는 것은 없는 하향 평준화된 장교들을 양성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합동군제인 한국군을 통합군제로 바꾸려는 시발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물론 두 체제 모두가 장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통합군제는 높은 수준의 합동성 구현에 불리한 데다 독재정권들이 선호하는 체제이기도 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합동성 마인드'를 함양하는 것과 '싸워 이기는 고도의 합동성'을 구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합동성'이란 2개 이상의 군 전력을 '화학적으로 통합'하여 승리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역량을 말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각 군이 자신에게 요구되는 고유한 전문성(service expertise)을 충분히 갖추는 것이 선결 과제다.
헤엄도 치고 걷기도 하며 어설프게 날기도 하는 오리 100마리를 한곳에 모아 키우면 오리들 간 유대감을 키울 수 있지만, 실제 전투에 돌입하면 물에서는 물개 한 마리를 이길 수 없고, 땅에서는 한 마리의 들개에 유린당하며, 하늘에서는 한 마리의 독수리에 혼비백산 내쫓긴다. '진짜 합동성'이란 물개와 들개 그리고 독수리를 키운 후에 이들이 힘을 합치도록 하는 것이다.
◇건강한 문민통제가 전제되어야
그럼에도, 더 중요한 것은 사관학교를 통합하든 않든 또는 합동군제를 하든 통합군제를 하든, '건강한 문민통제'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헌팅턴(Samuel Huntington)은 저서 '군인과 국가(The Soldier and the State)'에서 '객관적 문민통제'와 '주관적 문민통제'를 구분했다. 객관적 문민통제란 도덕적·질적으로 우월한 정부와 정치권이 군의 직업적 전문성(Military Professionalism)을 존중하고 군을 정치로부터 철저히 분리·관리하면서 군의 일탈을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주관적 문민통제는 정치권력이 군을 자신들의 이념이나 당파적 이익에 종속시켜 통제하는 것인데, 이런 상태에서는 유능한 장교들이 도태되고 '줄서기와 부정부패'에 능한 자들이 상층부를 채우는 군의 지적 공동화(intellectual hollowization)가 초래되기 쉬우며, 그것이 망국을 초래한 사례는 허다하다.
1912년 발칸전쟁에서 패배하여 유럽 영토의 대부분을 상실한 오스만 제국, 1939년 핀란드와의 '겨울 전쟁'에서 참패에 가까운 수모를 당한 소련군, 1940년대 국공내전에서 패배하여 대만으로 패주했던 장제스의 국민당, 1975년 북베트남군이 남침을 재개했을 때 미군이 남겨준 값비싼 무기들을 내버리고 도주했던 남베트남군 등은 '무능한 정권의 줄세우기'와 '부패한 군의 줄서기'가 합작한 결과물이었다.
요컨대 정부와 정치권은 무작정 '문민통제'를 앞세워 사관학교 통합을 밀어붙이기보다는 이 땅에 '건강한' 문민통제가 정착되어 있는지 그리고 이념적·정치적 동기가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육사 또는 육군 차원을 넘어 한국군의 태생지이자 요람인 태릉 화랑대의 지방 이전도 함부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미 육사가 자리 잡은 웨스트포인트(West Point)도 그런 역사가 서려 있는 곳이다. 독립전쟁 당시 대륙군 사령부가 자리를 잡았던 곳이며, 허드슨강을 타고 북진하는 영국군을 저지한 군사적 요충지였다. 미국에서 '지역 균형발전'을 내세우며 웨스트포인트를 네바다나 와이오밍으로 옮기려 한 정부는 없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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